NYU 교수 “아이폰4·인스타 나온 10년전부터 엉망인 Z세대 등장”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Haidtㆍ59)는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완전히 엉망이 된 한 세대를 안고 있으며, 이는 국가적 위기”라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하이트 교수가 ‘엉망’이라고 한 세대는 1997~2012년에 태어난 Z세대로, 미국에선 ‘주머스(Zoomers)’라고도 부른다. Z세대 중 이른 연령대는 직장생활을 시작했거나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하이트 교수는 “1995년 이후 출생한 미국인들(Z 세대)은 불안ㆍ우울증ㆍ자학ㆍ자살률ㆍ연약함의 정도가 매우 높다”며 “이 정도로 심각한 세대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서 세대 차(generation gap)란 말이 유행한 것은 1960년대 말이었지만, 지금은 이 ‘갭(gap)’이 ‘협곡(chasm)’이 됐다고 말했다.
하이트 교수는 Z 세대가 이전 세대들과 단절된 원인으로 “소셜미디어와 ‘피해의식(victimhood)’을 강조하는 문화의 결합”을 꼽았다.
◇’셀피 기능’ 갖춘 아이폰 4와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2012년
미국에선 여러 조사에서 10대 소녀들의 우울증 비율이 2013년에 갑자기 늘어났다. 2015년이 되면, 아예 전염병 수준이 된다. 그러나 다른 세대의 여성들에겐 이런 현상이 없었다.
하이트 교수는 ‘2012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Z세대 중에서 지금 가장 나이 많은 연령대가 어린 청소년 시절이었을 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아이들은 인스타그램에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에 폰의 앞 부분에 렌즈가 장착돼 ‘셀피(selfie)’를 찍을 수 있는 애플 아이폰 4가 처음 나왔다. 2012년에는 더욱 셀피 기능이 개선된 아이폰 5가 나왔다.
이전 세대에선 부모의 허락을 받고서 놀던 7~12세 연령층의 아이들이 과보호되고, 소셜미디어와 셀피에 빠졌다. 비록 자잘한 위험이 있고 약간은 거칠어도 아이들을 어느 정도 강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박탈된 허약한 세대가 미국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2010년 이전 청소년들은 플립(flip)폰을 썼고, 문자로 연락했다. 그러나 그때는 “몰(mall)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주고 받고는, 물리적 공간에서 어울렸다. 지금 Z세대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이 폰으로만 이뤄지고, 더 이상 만나서 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인 Z세대에서도 여자 애들의 우울증이 특히 심해
2020년까지 25% 이상의 10대 여자 애들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다”고 답했다. Z세대에서도 남자 애들은 이 응답률이 9% 미만이었다. Z세대 이전인 밀레니엄 세대에서 ‘우울증을 앓는다’ 비율은 여자 13%, 남자 5%로 Z 세대의 절반에 불과했다.
왜 Z세대에서도 남녀 간에 차이가 날까. 하이트 교수는 “남녀 청소년 모두 스마트폰만 갖고 놀지만, 남자애들은 무리 지어 비디오 게임을 하며 경쟁하는데, 대부분의 여자 애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시각적인 플랫폼에 빠진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각적인 플랫폼에선 모든 것이 ‘전시(展示)’이고, ‘연기(演技)’다. 여자 애들은 자신의 ‘완벽한 삶’을 올리고, 남들이 올린 ‘완벽한 삶’을 훑어보면서 “비교하고 절망하게(compare and despair)” 된다는 것이다.
◇”최근 세상에 큰 영향 미친 20대 미국인 없어”
하이트 교수는 “정말 세상을 바꾼 사람, 자신의 좁은 생태계를 벗어나 충격을 줄 만한 일을 해낸 Z세대 젊은이를 말해 보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은 스웨덴의 기후변화 행동가인 그레타 툰베리(19), 파키스탄의 여성ㆍ아동 교육 운동가로 탈레반의 난사에 코가 잘렸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25)를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인은 없다고 했다. 하이트 교수는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줬든 악영향을 줬든, 마크 저커버그는 스무살 때인 1984년에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생들은 온통 ‘방어 모드’
하이트 교수는 미국의 Z세대는 30세가 돼도, 그 이전 세대보다는 덜 효율적이고 덜 영향력을 지닐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람의 유형을, 기회를 잡고 창의적이고 일하려는 ‘발견(discovery) 모드’와 창의적이지 않고 미래에 관심도 없고 현재 위협에 집중하는 ‘방어(defense) 모드’로 분류한다면, 지금의 미국 대학 캠퍼스엔 ‘방어 모드’ 학생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학 캠퍼스는 이념적으로 가장 포괄적이고 안전하고, 인종차별을 가장 혐오하는 환경인데도, 2014년 이후 입학한 학생 중 많은 수는 마치 위협적이고, 비도덕적인 디스토피아(dystopia)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은 직장에서도 덜 혁신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도 약하고, 결국 그게 미국의 자본주의를 갉아먹는다고 경고했다.
◇’허약한 Z세대 현상’ 영어권 국가에서 두드러져
하이트 교수는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Z세대 현상은 미국과 다른 영어권 선진국에서 특히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즉, 인종과 성별을 둘러싼 여러 진보적 사상들이 미국에서 영국, 캐나다로 번졌고 Z세대가 속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ㆍ독일ㆍ중국ㆍ일본의 Z 세대는 이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비(非)영어권에서 태어난, 우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젊은이들을 미국이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하이트 교수는 미국의 Z 세대 특성으로 인해, 많은 관리자는 그들을 감독하고 지시를 하기도 힘들어한다며, 결과적으로 Z세대는 일을 더 잘 배워서 승진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트위터와 슬랙과 같은 소셜미디어나 메시징 앱은 조직 내에 ‘공포 문화’를 조장한다. 하이트 교수는 “기업들이 트위터에서 직원들이 뭐라 말할지가 두려워 덜 효율적이 되고, 관리자들이 뒷담화를 듣는 게 싫어서 말을 안 하게 되면, 미국 자본주의에는 큰 폐해이고 그 조직은 엉망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이후 미국 대학에서도 이런 현상을 많이 본다며, 모두가 멍청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자유민주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다”고도 했다. 소셜미디어는 대화나 상호 간 교류를, 한 순간에 피를 보기를 원하는 관중에 둘러싸인 원형극장(Colosseum) 한복판으로 옮겨 놓았다. 이용자는 관중 앞에서 연기를 한다.
◇”소셜미디어 이용 가능 연령 16세로 올려야 한다”
하이트 교수는 지난 100년 간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카시트(car seat), 좌석벨트를 도입하고, 담배자판기를 없애고 수영장에 펜스를 설치했는데, 스마트폰 앱으로 생활이 옮겨간 지난 10년 간 우리는 아이들 보호를 위해 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소셜미디어는 13세면 가입이 가능한데, 사실은 그보다도 어린 수백만 명이 나이를 속이고 가입한다”며, “인터넷이 ‘거짓말하면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가르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을 16세로 올려야 한다며, Z세대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받는 해악은 코로나 피해보다도 훨씬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Z세대 강연 경험을 들어, Z세대 아이들도 부모 세대처럼 밖에 나가서 놀고 친구들과 이것저것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를 좋아하고 소셜미디어의 폐해도 인정한다며, 다만 혼자만 이 문화에서 빠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