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사는 달에 갈 거야…올해 다누리호 등 탐사선 ‘북적’
미·일 등 4개국서 최대 5대 착륙선 준비
미-일은 최초 민간 달 착륙선 놓고 경쟁
2022년은 21세기 들어 우주 탐사가 가장 활발했던 해 가운데 하나였다.
천문학의 새 지평을 연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6월 말부터 관측 활동을 시작했고, 9월 말엔 사상 처음으로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변경하는 지구방어전략 프로그램이 결실을 맺었다. 11~12월엔 새로운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첫 달 무인 왕복비행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세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오랜만에 가장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면서 세계의 우주 탐사 수준을 몇단계 끌어올렸다.
이어 12월27일엔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달 상공 100km에 궤도에 안착하는 것으로 2022년 세계 우주탐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검은 토끼해(계묘년)를 맞은 2023년엔 토끼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달에 대한 탐사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된다. 우주 탐사의 중심축이 오랜만에 화성에서 달로 옮겨갈 전망이다.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일본과 미국, 인도, 러시아 4개국에서 최대 5대의 무인 탐사선이 달 착륙에 도전한다.
새해 달 탐사의 선봉은 한국의 다누리호다. 다누리호는 이달 중 탑재체들이 24시간 내내 달 표면을 관측할 수 있도록 방향을 변경한 뒤,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6개의 탑재체를 이용한 본격적인 탐사 활동에 나선다.
다누리호에 “달 관측의 새 지평 열 것" 기대
우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해상도카메라는 2030년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첫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한다. 또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편광카메라는 달 표토입자의 크기를 분석하고 달 전체의 티타늄 분포 지도를 작성한다. 이 카메라는 세계 최초로 달 표면의 입자 크기를 담은 편광 지도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세계 과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이 카메라에 대해 일제히 “달 관측의 새로운 지평을 열 장비”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경희대의 자기장측정기는 달 자기장 이상지역을 파악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는 자원 탐사의 기초자료로서 물, 산소 등 5종 이상의 원소 지도를 작성한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우주인터넷은 세계 처음으로 심우주탐사용우주인터넷(DTN) 기술을 이용한 끊김없는 지구-달 통신 기술을 시험한다.
다누리호의 유일한 외국 탑재체인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섀도캠은 향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착륙할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의 후보지들을 정밀하게 탐색한다.
아랍에미리트, 일 착륙선에 로봇탐사차 편승
이어 4월엔 일본의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쏘아올린 달 착륙선 미션1‘(M1)이 달 착륙을 시도한다. 지난 12월11일 지구를 출발한 높이 2.3m, 너비 2.6m의 무게 340kg의 ‘미션1’은 일본의 사상 첫 달 착륙선이다.
미션1은 4월 말 달 앞면 북동쪽 ‘얼음의 바다’가장자리에 있는 아틀라스 충돌분지에 착륙할 예정이다. 달까지 가는 데 넉달 넘게 걸리는 것은 연료 절약을 위해 곧바로 날아가지 않고 지구와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는 우회 경로로 150만km를 비행하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은 러시아와 미국, 중국에 이어 네번째로 달 착륙국가가 된다.
이 착륙선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소형 로봇탐사차 라시드가 실려 있다. 라시드는 무게 10kg으로, 현재 유일한 달 탐사선인 중국 창어 4호의 10분의 1 크기다. 작동 수명은 달의 하루 중 낮시간(지구 기준 14일)이다. 라시드에는 카메라 4대를 포함한 6개의 과학장비가 탑재돼 있다.
일본보다 출발 늦지만 빨리 날아갈 미 민간 착륙선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가까워질 무렵 미국의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 머신스도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 특히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노바-시(Nova-C)는 우회 경로가 아닌 직선 경로로 날아가 6일만에 달에 도착한다. 언제 발사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착륙선보다 먼저 달에 착륙할 수 있다. 현재 예정대로 3월에 발사하게 되면 ‘사상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 주인공이 달라진다. 애스트로보틱도 착륙선 페레그린을 1분기 중에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두 탐사선은 나사가 운영하는 민간 달 착륙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고 있다. 나사는 민간 탐사선에 여러가지 과학장비를 실어보낼 예정이다.
민간 달 착륙선 발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스라엘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일의 우주선 베레시트가 2019년 달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바 있다.
‘쉬운 곳’ 아닌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린다
일본은 민간 기업 외에도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작사)가 올해 안에 소형 달 착륙선 슬림(SLIM)을 발사할 계획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공표되지 않았다.
이 우주선은 역대 가장 정확한 정밀착륙 기술을 시연하는 게 목적이다. 목표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범위 안에 착륙하는 걸 목표로 한다. 높이 2.4m, 폭 2.7미터, 무게 200kg인 슬림은 달 상공 600km에서부터 착륙 지점을 향해 3.5km 고도까지 내려간 뒤 수직하강을 시작, 3미터 상공에 이르러 엔진을 끄고 착륙을 시도한다.
원래는 지난해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탑재 장비 가운데 하나인 감람석 분광기 개발이 늦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작사는 “이 기술이 성공할 경우 천체 탐사는 앞으로 ‘내리기 쉬운 곳에 내리는’ 탐사가 아니라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는’ 탐사로 바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도, 두번째 착륙 시도…러시아는 반세기만의 도전
인도와 러시아도 올해 중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를 추진한다. 발사 시기는 유동적이다.
일단 인도는 6월에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애초 지난해 8월 발사할 예정이었던 찬드라얀 3호의 착륙 후보지는 달 남극이다. 찬드라얀 3호는 인도의 두번째 달 착륙 시도다.
2008년 달 궤도선 찬드라얀 1호을 성공시킨 인도는 2019년 달 착륙선과 궤도선, 로버로 이뤄진 찬드라얀 2호를 발사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찬드라얀 2호는 착륙 시도 중 추락했다.
7월에는 러시아가 달 남극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발사하려던 것을 늦췄다. 러시아의 달 탐사는 1976년 루나 24호 이후 거의 반세기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루나 25호 일정이 지연되면서 루나 26호와 루나 27호도 순차적으로 뒤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경제가 더 불안정해질 경우 발사는 더 미뤄질 수도 있다.
중국은 올해는 달 탐사 계획이 없다. 가장 가까운 일정은 2024년 두번째 달 표본-수집 우주선 창어 6호를 보내는 것이다. 중국은 2019년 창어 4호로 사상 최초의 달 뒷면 착륙이라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20년 창어 5호로 달 표본을 갖고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유럽,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발사
물론 올해의 우주탐사에 달만 예정돼 있는 건 아니다.
유럽우주국(ESA)은 오는 4월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를 발사한다.
2031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인 이 우주선은 목성의 4대 위성 중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 3개의 얼음 위성을 탐사한다. 태양계의 행성이 아닌 위성을 목표로 한 우주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이 위성의 얼음 아래쪽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제임스웹과는 다른 임무를 수행할 다양한 우주망원경도 대기 중이다.
유럽우주국은 하반기 중 하늘의 3분의 1 영역에서 20억개의 은하와 주변 암흑물질을 집중 관측할 유클리드망원경을 발사한다.
중국은 올해 말 우주정거장 톈궁 주변에 배치할 우주망원경 슌톈을 발사한다. 슌텐은 가시광선과 자외선을 통해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정밀하게 우주를 관측한다. 일본도 올해 안에 엑스선을 이용해 우주의 구조를 관측하는 크리즘(XRISM) 우주망원경을 지구 저궤도로 보낼 계획이다.
23억km를 날아 가져올 소행성 베누 시료
지구방어전략 프로그램을 계기로 부쩍 관심이 높아진 소행성 탐사도 있다.
오는 9월 나사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크기 500m의 아주 작은 소행성 베누의 암석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다. 이 탐사선은 2020년 10월 베누 표면에서 채취한 수백g의 시료를 갖고 지난해 5월 지구를 향해 출발했다. 2016년 9월 지구를 출발한 지 5년만에 귀향길에 오른 오시리스렉스는 총 우주비행거리는 23억㎞에 이른다.
이어 10월엔 나사가 소행성 프시케16 탐사선 ‘프시케’를 발사한다. 프시케는 니켈, 철 등 금속 광물이 풍부해 자원 채굴 후보로 거론되는 소행성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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