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5099일만에 다시 마주치는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한국야구 중흥 달렸다

정태화 2023. 1. 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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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에서 항상 극적인 홈런을 때려냈던 라이언 킹 이승엽. 이제 이승엽을 대신할 한일전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전력 차이는 상관이 없다. 매순간마다 짜릿짜릿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끝날때까지 그 결과는 모른다.

5099일만에 숙명의 라이벌 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9번째 맞대결이다. 승리의 여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한국야구의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2023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개막된다. 일본 중국 호주 체코와 함께 본선 1라운드 B조에 속한 한국은 8강이 겨루는 2라운드에 진출할 2장의 티켓을 두고 일본 호주와 함께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관심의 초점은 역시 3월 10일 오후 6시에 벌어질 한일전이다. 한일전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항상 팽팽하게 이어진다. 볼 한개한개마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WBC까지 포함해 모두 예선 라운드를 면제받고 본선 라운드로 직행했다. 지난 4차례 WBC에서 일본은 통산 23승8패(승률 0.742)에 우승 2위, 4강 2회로 모두 입상했다. 반면 한국은 15승7패(승률 0.682)에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했으며 3회와 4회 대회에는 연속으로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해 8강 문턱을 밟지 못했다.

이 동안 한일전은 모두 8차례 열렸다. 제1회 대회에서 3번, 2회 대회에서는 무려 5번이나 벌였다. 통산 전적은 4승4패. 외형상으로는 팽팽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모두 졌다.

1회대회서는 1라운드에서 3-2, 2라운드에서 2-1로 일본을 잇달아 눌렀으나 정작 결선토너먼트에서 6-0으로 패해 4강에 만족해야 했고 2회 대회에는 1, 2라운드에서 1승1패씩으로 균형을 이룬 뒤 결승전에서 일본에 5-3으로 패하고 말았다. 당시 일본은 두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했다. 지금까지 WBC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2009년 제2회 대회 일본을 누르고 결승전에 오른 한국이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
역대 한일전 가운데는 감격적인 승리도 있지만 도저히 받아 들이기 힘든 패배도 있다.

감격적인 승리의 대표격은 제1회 1라운드 한일전이다. 0-2로 뒤지던 4회말 2사 만루 위기를 우익수 이진영의 멋진 다이빙캐치로 넘기고 반전의 기회를 잡은 한국은 1-2로 뒤진 8회초 '라이언 킹' 이승엽이 역전 2점홈런을 날려 전세를 뒤집는 그야말로 야구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그리고 본선 2라운드에서는 이종범이 큰 일을 해냈다. 선발 박찬호의 호투로 팽팽한 투수전을 벌이며 0-0이던 8회초 1사 2, 3루에서 이종범이 좌중간을 꽤뚫는 2루타로 2점을 선취하고 구대성-오승환이 이어 던지며 1실점으로 마무리, 2-1의 승리를 이뤄내며 결선토너먼트에 올랐다.

이런 감격적인 승리는 2009년 제2회 대회에서도 나왔다. 1라운드에서 1승1패로 마친 한국은 2라운드 3번째 마주친 일본을 4-1로 누르고 4강 진출을 확정했다. 2회 대회 연속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뒤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승리 세러머니를 펼쳐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다.

승부의 세계에 항상 승리만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1회대회 4강 토너먼트와 2회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에 당한 패배도 아쉽지만 이보다 더 견디기 힘든 패배도 있었다.

바로 2회대회 본선 1라운드 일본전이다. 당시 1라운드 A조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4개 팀에 속해 있었으나 4개 팀이 먼저 토너먼트를 벌여 1개팀을 탈락시키고 나머지 3개팀이 다시 리그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일전의 흥행을 위한 편법 진행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대만을 9-0으로, 일본은 중국을 4-0으로 각각 눌러 승자 결승에 올라 그대로 본선에 나섰고 대만과 중국은 패자결승을 벌여 중국이 4-1로 이겨 합류했다. 바로 한국은 일본과의 이 승자결승에서 갓 프로 3년차에 접어든 김광현이 선발로 나섰으나 3이닝 8실점으로 무너져 버리며 14-2, 7회 콜드게임패를 당한 것. 역대 한일전에서 최다실점 패배였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1라운드 일본과의 1, 2위 확정전에서 선발 봉중근의 호투와 정현욱 류현진 임창용이 필승 계투로 나서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조1위로 2라운드에 오른 것이었다.

아쉬움이 남는 한일전은 2009년 3월 24일에 열린 제2회 대회 결승전이다.

1라운드 1승1패, 2라운드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1승1패를 한 뒤 4강 토너먼트에 오른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10-2로 대파하고 일본과 결승에서 이 대회에서만 5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한국은 봉중근 선발에 일본은 이와쿠마 히사시가 선발로 나섰다. 한국은 이와쿠마의 호투에 3회까지 퍼펙트로 눌리는 등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다가 5회말 추신수의 홈런으로 1-1 동점을 만들었으나 7회와 8회에 각각 1실점하면서 9회말까지 2-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9회말 2사 1, 2루에서 이범호가 우타자에 강한 면모를 보인 다르비슈 유의 슬라이더를 당겨져 2~3루 사이를 가르는 동점타로 극적인 3-3 동점을 이루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장 10회 임창용을 상대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결국 5-3으로 패해 우승컵을 일본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WBC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다. 2013년 제3회 WBC에서는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혀 조 3위로 밀려났고 2017년 제4회 WBC에서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거푸 패해 2라운드에 오르지 조차 못했다.

이제 한국은 와신상담 14년만에 8강이 겨루는 2라운드를 넘어서 4강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 과정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일본이 있다.

일본은 역대 최강의 멤버로 이번 WBC를 준비하고 있다.

5099일만에 맞붙게 되는 숙명의 한일전,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베테랑 김광현의 설욕무대가 될지, 아니면 다른 후배가 바톤을 이어 받을지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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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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