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가열·발효 + 경험·상상력’ 융합한 작품… 뇌가 ‘맛있다’고 최종판단[살아있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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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 중 유일하게 '인류세'로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에는 언어와 도구의 사용, 직립보행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불을 사용해 재료를 익혀 먹는 기술과 방법, 즉 요리를 탄생시킨 것도 포함된다.
두뇌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게 커진 것도 불에 익혀 먹는 요리 덕분이다.
그래서 음식과 요리 자체를 물리학, 화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등을 동원해 너무 분석적·과학적으로만 접근하는 방향은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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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과학 - 요리는 과학이자 예술이다
문화·미적 감성, 요리깊이 더해
즉석식품도 적당히 먹으면 편익
인간이 동물 중 유일하게 ‘인류세’로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에는 언어와 도구의 사용, 직립보행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불을 사용해 재료를 익혀 먹는 기술과 방법, 즉 요리를 탄생시킨 것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그대로 동물과 물고기의 살, 나무 열매와 식용 풀을 섭취하던 인간은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불을 사용해 재료를 변형시키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불은 화학적으로 정의하면 높은 온도로 가열된 연료와 공기가 일으키는 산화 반응이다. 요리는 딱딱한 거친 식재료의 소화를 도와 풍부한 영양소를 인류에게 제공했다. 두뇌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게 커진 것도 불에 익혀 먹는 요리 덕분이다. 이와 함께 맛과 향도 풍부해졌다. 양념이 발달하고 더 맛있게, 문화적으로 먹는 세련된 식문화가 탄생했다. 의학적인 보건 상태도 개선됐다. 날것 속에 있던 미생물을 불로 제거하고 식중독, 감염 등에서 해방됐다. 씹고 소화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보니 뇌에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우리 몸무게 2%에 불과한 뇌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를 소모하는 거대 데이터 처리 공장이다.
요리는 과학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 인체의 필수 재료를 적절하게 섞어 잘 흡수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재료를 잘게 썰거나 다지고 다듬는 과정은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식감을 개선하기 위한 물리적 1차 변형 작업이다. 물리학은 씹는 맛, 부드러운 질감 등 혀와 목구멍에서 느끼는 촉감을 결정한다. 다음은 화학이다. 요리의 핵심은 굽고 삶고 튀기고 찌는 가열 과정이다. 열을 가하면 화학적 변화가 생긴다. 요리의 맛과 풍부한 냄새, 색깔은 화학 현상이다. 열 외에 효모 등 균을 이용한 발효도 요리에 이용한다. 미생물학과 생화학이다. 발효는 산과 알칼리에 의한 화학적 변화 과정이다. 요리의 기본은 화학이다.
요리는 동시에 문화이기도 하다. 전 세계 오래된 전통 요리는 현대의 화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우연한 발견,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창조된 지역의 문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음식과 요리 자체를 물리학, 화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등을 동원해 너무 분석적·과학적으로만 접근하는 방향은 옳지 못하다. 물론, 좀 더 객관적인 지식을 갖추고 요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잣대가 생기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과학으로 모든 요리를 다 알 수는 없다. 과학과 문화를 잘 융합하는 균형 잡힌 21세기 지식인의 자세가 요구된다. 잘 조리된 식재료를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최종적으로 뇌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기억과 감성의 감정적 요소도 작용한다. 문화와 예술의 감성은 요리의 깊이를 더한다. 보기 좋고, 듣기 좋고, 기분을 좋게 하는 요리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유기농, 자연식, 불을 사용하지 않는 미(未)가열식은 좋고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달고 짠 음식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태도는 틀렸다. 우리 땅에서 생산한 식재료가 제일 좋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도 과학적 근거는 미약하다.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가공식품을 배척하는 청결벽도 마찬가지다. 믹스가 중요하다. 원시인처럼 먹되 문명인처럼 현명하게 소비하는, 약은 태도가 필요하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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