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목선 귀순, 연미정 월북, 그리고 무인기 침범…철통 경계의 환상
지난주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건의 여파가 오래갑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내일(5일)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한다는데, 논란의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현직 통수권자의 네 탓 공방 '고래 싸움'에 '새우등' 군은 터지는 중입니다. 다급한 군은 훈련과 대책, 부대 급조하느라 분주합니다. 검독수리 날려 무인기 잡겠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군은 "3m 이하의 소형 무인기는 탐지와 식별이 어렵다"고 어렵게 토로했습니다. 훈련 강화하고 대책 세운다고 해서 북한 소형 무인기를 꼭 잡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사실 3m 이하 크기라면 정찰용이든 공격용이든 전술적 쓰임이 없다는 점을 군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될 수 없는 소형 무인기로 우리 군이 이토록 흔들려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오키나와 옆에 뜬 중국 무인기와 서울에 뜬 북한 무인기
요즘 마침 일본 자위대도 무인 정찰기로 바빴습니다. 지난 1일과 2일 동중국해 쪽에서 발진한 중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WZ-7이 오키나와 남쪽 바다까지 진입했다 돌아가기를 반복한 것입니다. WZ-7은 최신예 기종으로 길이 14m에 날개 너비 24m의 대형입니다. 공중정찰은 기본이고, 대함 탄도미사일 표적 정보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술적 쓰임이 큰 무인기이다 보니 일본 자위대는 전투기를 출격시켜 추적했습니다.
지난주 북한이 날린 무인기는 WZ-7에 비하면 원시적 수준입니다. 군사적 가치가 있는 영상 또는 사진, 좌표를 획득할 수 있는 장비를 실을 수 없습니다. 자꾸 날리면서 새로 개발하면 북한도 좀 더 나은 무인기를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역부족입니다. 입체적 정보를 완성하려면 유무인 정찰기, 조기 경보통제기, 각종 레이더, 군사위성, 감청장비 등을 두루 갖춰야 하는데 북한군 무기고에는 없습니다.
강화도 사건, 삼척 사건, 그리고 철통 경계의 덫
2020년 7월 18일 터진 강화도 연미정 배수관 월북은 20대 김 모 씨가 감시장비에 7번 찍히도록 해병대 2사단이 김 씨의 월북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7번 찍혔다는 그 장면들은 거의 판독 불가 수준이었습니다. 군 최고의 영상 판독 전문가들이 월북자의 흔적을 찾을 결심으로 여러 번 돌려 보고서야 긴가민가한 장면을 짚은 것입니다.
이들 최고 전문가들이 그해 7월 18일 연미정 주변에서 경계 임무에 투입됐다 한들 월북자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군은 뭇매를 맞았습니다. 해병대 2사단장은 보직 해임됐습니다.
2019년 6월 15일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귀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올 때까지 군과 해경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알아차리기도 어려웠습니다. 군 레이더는 파도보다 작은 크기의 목선은 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해상초계기도 근접 비행하지 않는 한 목선을 탐지하기 어렵습니다. 무장공비의 소형 목선 남침과 같은 상황을 우려하지만 북한 무장공비는 오래전부터 잠수정 같은 작전성이 보장된 장비를 이용했습니다.
경계 실패라고 보기 어려운 사건이었는데도 야당은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8군단장은 보직 해임됐고, 합참의장과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등은 엄중 경고 조치됐습니다.
군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없는 일, 할 필요 없는 일 등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물 샐 틈 없는 철통 경계는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물 샐 틈 없는 철통 경계의 도그마에 빠져있고, 사람들은 맥아더가 말 한 적 없는 정체불명의 명언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를 되뇝니다. 군은 할 수 없는 일, 할 필요 없는 일을 과감하게 고백하고 접어야, 꼭 해야 하는 일과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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