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문 닫는 프랑스 식품공장·빵집

박은하 기자 2023. 1. 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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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200명 중 800명 유급 휴직
주방기기 회사 등 생산 중단 잇달아
제빵 소상공인 23일 시위 예고
일드프랑스 센에마른주 생티볼데빈에 있는 코피제우의 ‘윌리엄 소린’ 통조림 공장이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일(현지시간)부터 일시적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마치고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3일(현지시간) 도심 곳곳이 붐볐지만 파리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약 34km 떨어진 센에마른 생티볼데비뉴의 윌리엄 소린 통조림 공장은 달랐다.

녹색 철망으로 된 공장 정문은 열려 있었지만 경비원 한 명이 지키고 있었을 뿐 드나드는 이는 거의 없었다. 건물 불은 꺼졌고 야적장도 텅 비어 있었다. 평소 200명이 일하던 곳이다. 공장 맞은편 간이 피자가게도 문을 닫았다. 이 공장은 프랑스 식품기업 코피제우 그룹이 당분간 문을 닫기로 한 공장 가운데 한 곳이다.

코피제우는 전날부터 프랑스 내 생산라인 8곳 가운데 4곳을 무기한 가동 중단했다. 통조림, 즉석 카레, 즉석 볶음밥 등 코피제우사 제품 생산량의 80%가 이들 공장에서 나온다. 직원 1200명 가운데 800명은 코로나19 때 만든 유급휴직 제도인 장기부분활동계약(APLD)의 적용을 받아 휴직 기간 동안 급여의 77%를 받는다.

코피제우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난달 노조와 협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혔다. 마티외 토마조 코피제우 그룹 회장은 “연간 에너지 요금이 400만유로(약 54억원)에서 4000만유로(약 540억원)로 증가함에 따라 회사와 직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장 4곳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피제우는 “재고가 충분해 통조림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공장을 정상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생산재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코피제우의 장기 에너지 공급 계약은 지난해 10월 만료됐다. 전기와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는데 소비량은 너무 많았다. 공장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은 멸균을 위해 100~120도의 고온에서 30분 이상 가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생티볼데비뉴 공장은 지난해 11월 자체 발전기를 구입했지만 전기요금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원자재 등 다른 비용이 상승한 것도 문제였다. 코피제우 경영진은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 지난 두 차례 폭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쇠고기, 돼지고기, 토마토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밝혔다.

프랑스 토마토의 95%는 온실에서 수경재배로 생산된다. 온실 수경재배를 하면 1년 내내 신선한 토마토 공급이 가능하지만 재배 과정에 막대한 양의 가스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비가 급상승했다. 몇 년 간 지속한 폭염과 가뭄에 축산농가가 타격을 받으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포장과 운송에 드는 비용도 대폭 상승했다.

코피제우는 가격 인상을 고려했지만 슈퍼마켓 체인 등 유통업체에서 반대했다. 코피제우는 “어떠한 노력을 해도 경제적인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대표 프레데리크 가페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식품 대기업 중 공장 조업을 중단한 것은 코피제우가 처음이다. 그러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중화학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 중단 사례가 속출했다.

주방 및 식기 회사 듀라렉스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공장 운영을 중단해 직원 250명이 실업 상태다. 조제 루이 라쿠나 듀라렉스 대표는 프랑스 방송 인터뷰에서 “연간 가스 및 전기 요금이 연간 300만유로에서 1300만유로로 뛰고 매출의 46%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동물사료 등을 만드는 아미앵의 화학회사 MetEX도 지난해 10월 350명이 일하는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소상공인들도 에너지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빵집은 열 사용량이 많아 미용실과 함께 지난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프랑스 북부 우아즈의 제빵사 쥘리앵 페뒤셀은 지난 2일 현지 매체 르쿠리에피카르에 “(지난해 전기 요금이) 10월 1000유로, 11월 6000유로, 12월에 1만2880유로”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폐점하는 빵집이 속출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제빵 설비 판매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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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1041558001

파리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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