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100년만의 재투표에도 의장 선출 실패…매카시, 당내 반란표에 곤경
미국 하원이 3일(현지시간) 세 번의 표결에도 불구하고 끝내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개원 첫날부터 하원이 의장 선출을 위해 100년 만에 재투표를 실시하고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면서 의회 운영이 차질을 빚게 됐다.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도 당내 ‘반란표’로 인해 과반 획득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
미 하원은 제118대 의회 첫날인 이날 정오부터 본회의를 열고 하원의장 선출 절차를 진행했다. 공화당에선 매카시 원내대표, 민주당에선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각각 후보로 추천됐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1차 투표에서는 앤디 빅스 의원(아리조나), 2차와 3차 투표에서는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을 후보로 추천했다.
하원의장에 당선되려면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인 218표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1차와 2차에서 공화당 의원 19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과반에 못 미치는 203표를 얻는 데 그쳤다. 곧이어 진행된 3차 투표에선 바이런 도널드 공화당 의원까지 가세해 모두 20명이 이탈했다.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에 반대하는 공화당 내 반란표는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앞서 ‘매카시 불가’ 입장을 공개 선언한 당내 극우 성향 의원 5명에 더해 반대파 세력이 불어나면서 공화당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매카시 원내대표의 의장직을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전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의장 불신임 투표 요건 간소화’ 등을 포함한 요구를 매카시 의원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을 표면적인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원이 의장 배출에 실패하면서 의원 선서, 상임위원장 임명 등 원구성 작업도 미뤄지게 됐다. 하원 주도권을 쥐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국정운영 평가에 총력을 쏟으려던 공화당 지도부의 구상은 시작부터 내부의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하원의장 선출 절차가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 의회 공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하원은 4일 정오 본회의를 열고 4차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매카시 원내대표와 공화당 강경파 사이에 극적 타협이 이뤄질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하원의장 후보 사퇴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매카시 원내대표가 강경파가 요구해온 의사규칙 변경 등에서 추가 양보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세 차례의 투표에서 하킴 제프리스 신임 의원을 소속 의원 212명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신임 원내대표로 뽑았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상·하원과 민주·공화당을 통틀어 첫 흑인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100년만에 처음으로 하원이 회기 첫 날 개원하지 못했다”며 “하원이라는 제도와 민주주의, 미국 국민들에게는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1913년 이후 1차 투표에서 하원의장 선출이 좌절된 것은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1923년 당시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공화당은 당내 진보파의 ‘반란표’에 부딪혀 9차례 투표 만에 하원의장을 뽑았고 이 과정에서 진보파의 요구사항 상당 부분을 들어줬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하원의장 최종 선출까지 장장 두 달에 걸쳐 133차례의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무려 21명의 후보가 하원의장에 도전했던 당시 의회는 노예해방 문제를 놓고 극도록 분열된 상태였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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