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회의 땅 중동]⑤ 맛있는 건강식, 중동음식의 세계에 빠져봅시다
이태원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다국적 맛집들이 많다. ‘외국 음식’이라고 하면 햄버거와 피자, 중식, 일식이 전부다시피 했던 시절에도 다양한 국적의 요리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멕시코와 태국, 인도, 베트남 음식처럼 세월이 흘러 국내 주류(mainstream) 식도락계에 편입된 종목도 적지 않다.

오랫동안 좀처럼 이태원을 벗어나지 못했던 중동 음식도 지난 5~6년 사이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한국을 찾는 중동 출신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현지 음식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더해 중동 주요국 정부가 관광객과 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친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사실 중동 음식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터키 음식’으로 알려진 케밥은 ‘카밥’이란 아랍어 이름의 중동 음식이다. 종류만 해도 300가지가 넘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구를 구한 수퍼히어로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샤와르마(슈와마)도 카밥(케밥)의 일종이다. ‘중동의 된장’이라 불리는 후무스(으깬 병아리콩에 마늘과 참깨, 레몬즙과 오일 등을 섞은 음식)도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동 음식이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데에는 상호 교류 부족으로 인한 문화적 이질감 때문이기도 하다. 9·11테러와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으로 과격하고 공격적인 색채를 중동 지역과 관련된 이슈 전반에 덧씌운 탓도 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식 ‘도너케밥’은 16세 소년 작품
국내에서 중동 음식을 맛보는 손쉬운 방법은 이태원과 강남 일대에 있는 튀르키예(터키) 식당’을 찾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지점에 있고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터키 정부는 오랫동안 중동을 벗어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를 희망해왔다. 튀르키예는 ‘중동의 맛’을 대중화하는 데 일등공신이다. 1960년대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 튀르키예계 이주민들이 몰리면서 조국의 맛을 알리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음식의 간판은 ‘도너케밥(회전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도너케밥을 만들려면 우선 얇게 저민 양고기나 송아지 고기로 쌓아올린 거대한 고기 덩어리를 꼬치에 끼워 좌우로 회전시키며 굽는다. 기름기가 빠지며 표면이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면, 80㎝에 이르는 긴 칼로 익은 부위를 얇게 썰어낸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마늘 소스나 매운 소스를 곁들여 구운 빵 사이에 넣고 양상추·토마토·오이 등의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면 완성이다.
1983년 서베를린에 200여 개의 도너케밥 가게가 있었는데 15년 남짓 사이에 그 수가 60배 넘게 ‘폭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서양 건너 북미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너케밥은 보편적인 중동 음식이라기보다는 튀르키예 고유 음식에 가깝다(튀르키예를 중동이라 하기도, 유럽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약 170년 전 지금의 터키 땅을 차지하고 있었던 오스만 튀르크 민족이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드위치처럼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는 현재의 방식은 1971년 베를린에서 한 터키 식당의 점원으로 일하던 16세 소년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에서 튀르키예 식당으로 가장 성공한 곳은 ‘케르반 레스토랑’ 체인이다. ‘케르반(카르반‧caravane)’은 실크로드를 다니던 대상(隊商)을 뜻한다. 1990년대 말 터키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한국으로 유학온 시난 오즈 튀르크가 운영 중이다. 약 10년 전에 문을 열었는데, 현재 이태원과 반포, 삼성동 등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전통 튀르키예식 디저트를 파는 케르반 베이커리 카페도 있다.

총 여섯 종류의 케밥 외에 ‘피데’도 인기가 높다. ‘터키식 피자’로 알려진 피데는 밀가루 빵으로,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갖은 채소, 고기 등을 올려 굽기도 하는 튀르키예 전통음식이다. ‘트윈 라흐마준’은 튀르키예인이 가장 즐기는 피데다. 납작한 두 장의 빵 안에 작은 양고기 조각과 채소 등을 넣고 화덕에 구워 완성한다.
국내에서 좀 더 보편적인 ‘중동 음식’을 표방하는 곳은 이태원의 ‘두바이’다. 이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직원들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후무스와 케밥 외에 병아리콩을 미트볼 모양으로 동그랗게 빚어 튀겨내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팔라펠’과 닭가슴살에 치즈와 버섯을 넣고 튀긴 ‘카르돈 치킨’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먹는다는 ‘만디(오색 쌀밥에 구운 닭을 곁들인 요리)’와 ‘캅사(밥과 양고기를 토마토 소스에 양념해 먹는 사우디식 볶음밥)’ 등 중동식 밥 요리도 있다. 하지만 찰기가 적어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쌀밥에 거부감이 있다면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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