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미 공화당…초강경파 반란에 100년 만에 하원의장 선출 실패

이본영 2023. 1. 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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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부의 반란표로 100년 만에 1차 투표에서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엔엔> (CNN)은 1차 투표를 앞두고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비공개 총회에서 매카시 원내대표가 반대파 의원들이 특정 상임위원회 배정을 요구하며 거래를 시도했다고 폭로했고, 초강경파는 이에 맞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고함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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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왼쪽)가 3일 하원의장 선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부의 반란표로 100년 만에 1차 투표에서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8일 중간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하원 권력을 되찾은 공화당의 내분으로 공식 개원이 늦어지고 의원들의 취임도 연기됐다. 하원은 3차 투표까지 하고도 수장을 결정하지 못해 4일 투표를 재개하기로 했다.

당내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3일 오후(현지시각) 진행된 1차 투표에 이어 2·3차 투표에서도 하원의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과반 의석(218석) 확보에 실패했다. 하원의장 선출 투표가 1차례로 끝나지 못한 것은 9차 투표까지 간 1923년 이후 처음이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1차에서 203표를 얻는 데 그쳤다. 같은 당 앤디 빅스 의원이 10표를 얻고, 9표는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다. 2차 투표에서도 매카시 원내대표는 1차처럼 203표만 득표했다. 나머지 19명은 이번에는 짐 조던 의원에게 표를 줬다. 민주당 쪽에서 하원의장 후보로 추천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이 잇따른 투표에서 212표씩을 얻으면서 다수당의 매카시 원내대표를 앞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원에서는 소수당도 당선 가능성이 없어도 자당 의장 후보를 추천하고 표를 준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3차 투표에서도 202표밖에 얻지 못했다. 조던 의원은 이번에는 20표를 얻었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공화당 초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그가 자신들의 의제를 충분히 수용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2015년 출범해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프리덤 코커스’는 ‘작은 정부’를 대표적 구호로 내걸고 있다. 3차 투표에서 20표를 얻은 조던 의원이 이 모임의 초대 좌장이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222석을 차지하는 데 그친 것도 초강경파 의원들의 하원의장 선출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좋아 친트럼프 인사로 불리는 매카시 원내대표는 애초 초강경파에도 호소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들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다. 그는 전날 하원의장 불신임 투표를 발의할 수 있는 정족수를 5명으로 줄이겠다며 막판까지 초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했다. 민주당 하원의원이 213명이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 5명만 민주당과 합세하면 하원의장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까지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초강경파 의원들은 △의원 연임 횟수 제한, 연방 예산 균형, 남부 국경 요새화 등의 법안을 표결에 부칠 것을 약속하고 △정치행동위원회가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정치자금을 배정하는 것을 제한하고 △예산 지출을 하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바꾸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하원의장직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초강경파가 계속 완강하게 그를 거부하면 다른 후보가 공화당 의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시엔엔>(CNN)은 1차 투표를 앞두고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비공개 총회에서 매카시 원내대표가 반대파 의원들이 특정 상임위원회 배정을 요구하며 거래를 시도했다고 폭로했고, 초강경파는 이에 맞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고함쳤다고 전했다. 공화당 주류 쪽에서는 반대파에게 상임위를 배정해주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지만 결국 통하지 않았다.

미국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가장 큰 진통을 겪은 것은 20명 이상 후보가 난립하고 남북전쟁 직전의 극한 대립이 펼쳐졌던 1855년이었다. 당시 두 달에 걸쳐 133차례 투표 끝에 하원의장을 결정할 수 있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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