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낯선 송혜교[★인명대사전]
배우 송혜교가 낯설다. 퍼석퍼석한 입술, 핏기 없는 얼굴, 웃음을 경계하는 무표정까지, 지금까지 알고있던 이미지를 버렸다. 그래서 더 반갑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서 학폭 피해자이자 복수로서 보답하려는 ‘문동은’이 대신 생명을 얻었으니 말이다.
송혜교는 지난해 12월30일 전세계 공개된 ‘더 글로리’서 온 생을 걸어 학폭가해자들에게 천벌을 내리려는 초등학교 교사 ‘문동은’으로 분했다.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김건우, 차주영 등 극 중 폭력을 행사한 ‘빌런즈’의 목을 조금씩 조여가며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로코퀸’을 벗고 복수극에 도전하는 송혜교에겐, ‘문동은’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잿빛 인생에서 알록달록하게 돌아온 ‘문동은’엔 ‘학교폭력 피해자’란 무겁고 조심스러운 전사가 깔려있기에, 구현해내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또한 복수지만, 법망을 벗어난 일종의 가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동은의 심리와 선택에 설득력을 얹는 게 중요했다.
송혜교도 알고 있었다. 그는 최근 진행된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학폭 피해자 역이라 많이 어려웠다.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는다. 난 그 후로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인물”이라면서도 “불쌍하기보다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 ‘어렸을 때보다 단단해졌으니 너희들을 벌 줄 수 있고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캐릭터에 접근한 방향성을 공개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김은숙 작가 펜 끝에서 나온 개연성은 송혜교의 연기력을 덧입어 설득력과 몰입력으로 승화됐다. 화장기 없고 사랑스럽지 않은 송혜교라도 작품 안에서 크게 한방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입증했다. 김은숙 작가가 송혜교의 연기를 두고 “소름끼쳤다. 가편을 받아보니 송혜교는 어디에도 없고 모든 씬이 ‘문동은’이라 너무 기쁘고 좋았다”고 칭찬한 것처럼, 송혜교에게 ‘문동은’이 찰떡처럼 달라붙었다는 호평들이 쏟아졌다.
작품에 대한 화제성 역시 폭발했다. 시리즈는 공개 직후 전 세계 9위를 기록했고, 40여개 나라의 톱10 차트에 입성했다. 또한 1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5위를 기록했고,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네수엘라 등 10개 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홍콩, 일본, 몰디브, 오만, 아랍에미리트에선 2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6위로 껑충 올라섰다.
이젠 ‘더 글로리’ 파트2가 남았다. 그 안에서 얼마나 더 강렬한 복수를 펼칠지, 송혜교의 ‘문동은’에게 기대가 높아진다. 오는 3월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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