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눈놀이 하는 ‘곰다운’ 보금자리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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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최태규 선생님과 처음 만났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투박한 등산화를 신고, 자신을 '곰 쫓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 수의사의 진짜 정체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사육 곰들을 구조해 이들이 남은 생을 '곰답게' 살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시작은 강원도 화천의 한 농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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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최태규 선생님과 처음 만났다. 방송을 녹음하다 목소리를 조금 크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동물들과 함께 있을 때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투박한 등산화를 신고, 자신을 ‘곰 쫓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 수의사의 진짜 정체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사육 곰들을 구조해 이들이 남은 생을 ‘곰답게’ 살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시작은 강원도 화천의 한 농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다. 대를 이어 웅담 채취용 곰을 길렀지만 곰을 도살하는 게 싫어 스무 살 넘게 곰들을 길러온 분이었다. 한국의 야생생물법은 곰 나이가 열 살이 넘으면 도살해 웅담을 채취하는 게 합법이다. 농장에 남은 곰 15마리를 팔 수도 있었지만 더 좋은 곳으로 보냈으면 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당장 곰 15마리가 살 곳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먼저 기존 농가의 낡은 철창을 안전하게 수리하고, 곰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장난감과 해먹을 만들어주고, 깨끗한 물과 신선한 야채를 챙겨줬다. 화천 농장을 오가며 보금자리 부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그사이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10월엔 울타리를 친 작은 방사장을 만들었다. 곰들은 처음으로 오래 걸으며 흙과 돌을, 나무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2월에는 이름 없던 곰들에게 시민들이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투리, 유일이, 푸실이, 칠롱이, 미소, 알코르….
연말에 최태규 선생님과 연락을 나누다 대화 끝에 그가 사진 몇 장을 보내주었다. 반달곰 눈사람과 진짜 곰이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흰 눈을 앞발에 잔뜩 묻히고 두 발로 선 그 모습에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흐뭇하게 보다가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저장했다. 사육 곰들의 평화를 응원하고 싶다면 SNS와 포털사이트에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검색해보시기를 당부한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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