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개는 공중에서 꼬리 쓰지 않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1. 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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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꼬리는 무슨 역할을 할까.

고양이와 달리 개 꼬리는 달리거나 뛰어오르는 동작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능체계연구소의 아드리안 주수피 박사 연구진은 "수학 모델로 분석한 결과 개가 장애물을 넘을 때 꼬리는 몸통의 움직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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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낙하할 때 꼬리로 자세 잡아
개는 도약에서 꼬리 영향 없어
의사 표현과 해충 쫓는 데만 사용
낯설면 왼쪽, 친하면 오른쪽으로 흔들어
양치기 개인 보더 콜리가 뛰는 모습. 개가 장애물을 넘기 위해 도약할 때 꼬리는 몸동작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개가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꼬리는 무슨 역할을 할까. 고양이와 달리 개 꼬리는 달리거나 뛰어오르는 동작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능체계연구소의 아드리안 주수피 박사 연구진은 “수학 모델로 분석한 결과 개가 장애물을 넘을 때 꼬리는 몸통의 움직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학술지 게재 전에 지난달 30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먼저 공개됐다.

◇컴퓨터 모델로 개 도약 동작 분석

꼬리는 높은 곳에서 활동하는 동물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도마뱀은 꼬리로 나뭇가지를 휘감아 떨어지지 않는다. 다람쥐도 꼬리로 나뭇가지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무에서 뛰어내릴 때는 커다란 꼬리를 낙하산처럼 사용해 속도를 늦춘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꼬리를 움직여 항상 네 발이 땅에 닿도록 자세를 잡는다.

프랑스 과학자 에티엔즈-쥘 마레는 1894년 네이처지에 고양이의 낙하 과정을 연속 촬영한 사진을 발표했다. 고양이는 공중에서 꼬리를 움직여 착지 시 네 발이 땅에 닿도록 자세를 바꾼다./Nature

개는 이런 동물과 달리 주로 땅에서 활동한다. 그렇다면 과연 개 꼬리도 고양이처럼 급격한 동작 변화에 도움을 줄까. 아니면 의사 표현 수단이거나 파리를 쫓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주수피 박사 연구진은 지능이 높기로 유명한 품종인 보더 콜리의 몸에 센서를 달고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몸의 각 부분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봤다. 보더 콜리는 개 장애물 통과 경기인 어질리티에서 항상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연구진은 개가 공중으로 뛰어오를 때, 또 공중에서 몸을 비틀거나 다리나 꼬리를 움직일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개의 동작에 대한 수학 모델을 만들어 25품종에 적용했다. 주수피 박사는 “분석 결과 꼬리 움직임은 종류에 상관없이 개가 공중으로 뛰어오를 때 궤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꼬리는 모든 품종에서 무게 중심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능체계연구소 과학자들은 보더 콜리의 몸에 센서를 달고 장애물을 넘기 위해 도약할 때 몸통과 꼬리, 발의 움직임을 분석해 이를 근거로 수학 모델을 만들었다./bioRxiv

◇반가우면 꼬리 오른쪽으로 흔들어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개가 꼬리를 동작 변화보다 의사 표현을 하거나 해충을 쫓는 데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가 꼬리로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중국 유전학·발생학연구소의 장 용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8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개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꼬리를 자신의 오른쪽으로 흔든다고 밝혔다. 3일간 개를 관찰했더니 처음엔 연구자가 낯설어 꼬리를 자신의 왼쪽으로 흔들다가 3일째가 되자 친숙해져서 오른쪽으로 흔들었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드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왼쪽 뇌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3일간 개를 관찰한 결과 처음엔 왼쪽으로 꼬리를 흔들다가 얼굴이 익숙해지자 나중에는 주로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들었다./iScience

이탈리아 바리 알도 모로대 연구진도 2018년 국제 학술지 ‘동물(Animals)’에 발표한 논문에서 개가 꼬리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개가 꼬리를 높이 들면 상대를 믿거나 놀겠다는 뜻이며, 꼬리를 빳빳이 들면 위협감을 느끼거나 불안한 상태란 것이다.

꼬리를 내리거나 다리 사이로 끼우는 것도 두렵다는 뜻이다. 개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친밀감을 느끼지만 앉지 않고 서서 그런 동작을 하면 오히려 불안감을 줘 꼬리가 처진다는 것이다.

개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친밀감을 느끼지만, 앉지 않고 서서 그런 동작을 하면 오히려 불안감을 느껴 꼬리가 처진다./Animals

참고자료

bioRxiv, DOI: https://doi.org/10.1101/2022.12.30.522334

iScience, DOI: https://doi.org/10.1016/j.isci.2022.104747

Animals, DOI: https://doi.org/10.3390/ani80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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