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결같은 조한철, 다작에도 지치지 않는 이유
기사내용 요약
'재벌집 막내아들' 순양가 '진동기' 역
"둘째 설움 초점…역술인에 의지 쉽게 납득"
이성민과 부자 호흡 "범접할수 없어"
"늘 하던대로…특별히 공 들이지 않아"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조한철(49)은 역술인에게 의지하는 재벌가 아들의 설움에 공감했다. JTBC 종방극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총수 '진양철'(이성민) 차남 '진동기'를 연기했는데, 단순한 악역에 그치지 않았다. 동기는 장자 승계 원칙 탓에 순양을 물려받을 수 없었고, 형 '진영기'(윤제문)를 끌어내릴 기회만 호시탐탐 노렸다. 재벌가 아들이라는 점보다 "둘째에 초점을 맞췄다"며 "유약한 부분도 닮았다. 성민 형이 소리를 지르면 실제로 놀라곤 했다"고 돌아봤다.
"둘째는 짠한 게 있다.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고, 어디에도 못 껴서 눈치 보고 관심 받고 싶어 했다. 난 둘째가 아니지만, 동기의 그런 점을 잘 살리려고 했다. 공부는 잘 했지만, 지혜로 발휘하기 보다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했다. 형보다 나아 보여야 해 질투도 컸다. 스스로 일어선 게 아니라, 누구의 아들로 불리지 않았느냐. 정체성 없이 살아온 인물이라서 누구보다 쉽게 무속에 빠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무엇보다 순양가 4남매의 조화에 신경썼다. 처음에는 무능한 형 영기와 자기 꾀에 넘어가는 둘째 '화영'(김신록) 사이에서 '밋밋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더욱이 정대윤 PD가 동기를 사실적이면서 재미있는 인물로 그려주길 바라서 "갑자기 '웃겨야 하나?' 고민도 했다"며 "결국 상황을 잘 따라가면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것 이라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동기가 아버지한테 퍼붓는 장면은 좀 귀여웠다. 비트를 좀 더 나눠서 어떨 때는 '힘을 조금 더 뺏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집사한테 '나와', 형한테 '가만 있어!' 등 등장할 때는 조금 더 호기롭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사실 예상치 못한 걸 했을 때 쾌감이 있다. 아버지를 쫓아가다가 등장하자마자, 내려가는 모습 볼 때 '동기 같다'고 하더라. 리허설 때 나도 모르게 했는데 '어? 괜찮네' 싶었다."
처음엔 다섯 살 차인 이성민(54)이 아버지 역을 맡는다고 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성민은 노역 분장을 하고 60~70대 모습을 연기했지만,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영화 '대부'(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3)의 말론 브란도(1924~2004) 연기가 떠올랐다며 "'어떻게 저렇게 하지?' 싶더라. 범접할 수 없었다"고 극찬했다.
"이성민 선배가 아버지, 큰 아들이 윤제문, 내가 둘째라고 해 '무슨 이런 캐스팅이 있나?' 싶었다. 연극에선 젊은 사람이 노역도 하고, 남자가 여자도 맡고 극적인 재미를 살릴 수 있지만 카메라는 절대 그게 안 된다. 근데 (이성민 연기는) 믿을 만 하지 않았느냐. 사실 드라마 전체를 놓고는 '가능한거야?' 걱정도 했다. 가능을 넘어 정말 훌륭해서 찍을 때 관객처럼 본 적도 많다. 보통 연기하면서 함께 호흡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와~' 놀랄 정도였다. 진양철은 이성민 선배의 역대급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존경스럽다."
송중기를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중기는 자주 사람을 감동시킨다. 주인공은 지고 갈 게 많아서 안쓰럽고 측은한 부분이 있다"며 "그 와중에 중기는 다 보고 있다. 현장 진행이 안 되면 나서고, 친목이 필요하면 점심 식사, 회식도 주도한다. 드라마 찍을 때는 다들 힘들고 점심도 따로 먹을 때가 많은데, 중기는 '식사하러 가시죠'라며 티를 안내고 한다"고 귀띔했다. "'한 번 보자'고 쉽게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느냐. 중기는 다음날 '형, 다음주 스케줄 보내봐'라며 전화 온다. 느닷없이 '형, 다음 작품 뭐 한다고?'라고 묻더니 커피 차 보내고 진짜 멋있다"고 덧붙였다.
엔딩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마지막회에서 송중기(37)는 현우로 돌아왔고, 도준의 회귀 인생은 모두 꿈으로 밝혀졌다. 용두사미 결말에 '허무하다'는 시청자 혹평이 쏟아졌다. 조한철은 "너무 관심을 받다 보면 결말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촬영이 미리 끝나서 작가님이 원래 의도한 대로 유지해 다행"이라며 "관심이 과열되면 캐릭터에 관한 사심 때문에 원하는 결말을 많이 얘기하지 않느냐. 작품 자체를 놓고 보면 맞는 결말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조한철은 다작 배우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만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롯해 '너에게 가는 속도 493㎞' '안나라수마나라' '법대로 사랑하라' '약한영웅 클래스원' 등 총 다섯 작품에서 활약했다. 올해는 tvN 드라마 '스틸러-일곱 개의 조선통보'와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등으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피곤한 걸 잘 모르고, 쉬는 거 힘들어하는 사람 있지 않느냐"면서 "집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못 쉰다. 지금은 집에 TV가 없는데, 예전에는 TV도 서서 봤다. 뭔가 쉬면서 있으면 죄스럽다"고 털어놨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20%를 넘으며 인기몰이해 가족들 반응도 뜨거웠다. "아내가 유일하게 극본을 찾아 본 드라마다. 내가 얘기를 안 하니 방송 보고 극본을 찾아보더라. 고3인 딸은 밖에 나가거나 인터넷을 보고 '아빠가 좀 달라진 것 같아' '조금 유명해졌나봐'라고 하더라. 어머니도 거의 매회 끝나면 문자가 와 '고생했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들이 만날 TV에서 보던 사람들과 있으니 신기한 것 같더라. 장자승계 원칙이냐고? 아들은 군대에 있는데, 아내는 여성을 우대하더라. 난 항상 공평하려고 하는데, 여성 우대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승계할만한 게 생기면 고민해 보겠다. 하하."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 오랜 시간 작품 활동과 연기 수업을 병행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호흡을 맞춘 박지현(28)과 그룹 '소녀시대' 티파니영(33)도 가르쳤다. "연기를 안 하면서 수업 할 때는 잘 안 되더라"면서 "수업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먹고 사는 일이었다. 결혼해 생계와 연관 돼 있었다. 수업을 하지 않고, 배우로 쭉 갔으면 더 잘 될 수도 있었겠지만 도준처럼 돌아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동기처럼 사주 운세를 믿냐고? 20대 때 어머니가 '3년 있으면 뭐가 된다'고 하더라. 은근히 기다려졌는데, 3년이 다 돼도 조짐이 안 보였다. 이후 누가 얘기해주려고 하면 안 들으려고 했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얽매이는 게 싫어서 멀리하는 편이다. 지난해도 살던 대로 살았고, 하던 대로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공을 들이지 않았고, 똑같은 에너지를 쏟았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준 것 뿐이다. 배우가 아니어도 누구나 하던 대로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다. '올해는 잘 될거야'라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지 않느냐. 살던대로 잘 살면 감사한 일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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