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은 임자도, 겨울 섬 드라이브
면적 40km2, 해안선 길이만 81km.
운전대를 잡고 큼직한 임자도를 둘러봤다.
차창 밖으로 겨울 섬이 다가온다.
●꼭꼭 숨겨 놓은 임자도의 보물
임자도는 큰 섬이다. 제주도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모든 섬 중 25번째로 크다. 규모 있는 섬을 여행할 때는 차량을 동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얼마 전까지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했던 임자도에 2021년 3월 다리가 놓였다. 이제는 차량 여행이 익숙해진 섬, 편안하게 둘러보기로 했다.
섬 여행에도 징크스가 있다. 임자도의 경우는 늘 어머리해변에서 첫날을 보냈고 날씨는 끔찍하리만큼 나빴다. 밤새 바람이 텐트를 흔들어 대고 파도 소리는 집어삼킬 듯 다가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한 아침을 맞게 된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어머리해변을 찾는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조용한 데다, 두 개의 야영 데크가 있어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기에 적당하기 때문에. 이번 임자도 여행에서도 섬에 내린 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어머리해변이다.
'어머리'는 해변의 모습이 물고기의 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어찌 보면 부족한 편의시설 때문에 자연미가 유지되는 역설적인 스폿이기도 하다. 해변 곳곳에는 대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 놓고 그물을 걸어 놓은, 일종의 개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밀물 때 들어왔던 물고기가 어쩌다 그물에 걸리면 썰물 때 잡아내는 전통의 게으른 고기잡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세상 편하게 찬거리를 얻어 간다.
어머리해변의 진면목은 썰물 때 발휘된다. 바다를 힘껏 밀어낸 해변은 광활함을 되찾고 단단한 영토를 구축한다. 이때 해변 한쪽에 숨어 있던 해식동굴 하나가 모습을 내놓는다. 완전히 물이 빠졌을 때만 접근을 허용하는 기이한 동굴의 이름은 용난굴이다. 당연하듯 용의 승천 이야기가 전해지는 용난굴은 보기 드문 터널형 동굴이다.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입구를 지나면, 비교적 넓은 내부가 나타나고 길은 다시 좁아져 반대편 또 다른 해변으로 출구가 이어진다.
●규모 1등, 인프라 1등
우리나라에는 너른 백사장을 가진 섬들이 많다. 특히 우이도, 자은도는 해안을 따라 백사장이 널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모래가 많은 섬이다.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을 간다'라는 그 섬들의 이야기는 임자도에도 전해진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광해수욕장이 있기 때문이다.
대광해수욕장은 임자도를 대표하는 명소다. 2021년에 안전함과 친환경적임을 인증받아 '블루 플래그 국제해변'에 선정됐고, 2022년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수해수욕장에 뽑혔다. 비금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암태도 추포해수욕장, 도초도 시목해수욕장과 더불어 신안군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히지만, 제반 시설과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는 가장 압도적이다. 청소년수련관, 체육시설, 잔디광장, 야영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국제평화기구(UN)가 공인한 '대광블루N스쿨' 생태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규사질로 이뤄진 해변은 좌, 우 끝을 눈으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고 광대하다. 그런 입지 조건 때문에 승마대회도 자주 열린다. 매년 4월 열리는 튤립 축제는 자타공인 신안군의 대표 축제다. 이맘때면 튤립공원과 송림원 12만 평방미터 부지에는 20여 종 300만 송이의 튤립이 활짝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작물과 물고기가 넘치는 섬
임자도의 임자는 들깨를 의미한다. 들깨, 대파, 양파는 섬의 3대 작물이다. 특히 대파는 신안군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데 임자도는 자은도와 더불어 대표적 산지로 꼽힌다.
3대 작물이 아니더라도 임자도는 입이 즐거워지는 섬이다. 3월에 간재미, 4월에 꽃게, 5월에 갑오징어, 6월에 병어, 7~8월엔 민어, 9월엔 서대. 그 밖의 계절에도 생선과 해산물이 많이 잡힌다. 예로부터 임자도는 민어로도 유명했다. 한창때 잡힌 민어는 대부분 지도읍에 있는 신안군 수협 송도 위판장으로 운송 및 경매된다. 위판장 옆에는 수산물 유통센터가 있어 소매로도 구매할 수 있다.
전장포는 임자도 북쪽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로 이곳에서 우리나라 새우젓 60~70%가 생산된다. 전장포 솔개산 아래에는 과거 새우를 숙성시켰던 토굴 4곳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체험 및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객들은 젓갈판매장에서 질 좋은 전장포 새우젓을 구매하고 또 포구에 있는 황금새우 조형물 앞에서 인증숏을 찍기도 한다.
●용감한 여행자라면 차박으로
어머리해변에 이어 전장포 부근의 해변에서 차박으로 또 하룻밤을 보냈다. 바다 건너 낙월도가 또렷하게 보이는 멋진 장소다. 용감한 여행자에게 겨울은 차박하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섬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공간이 여유로워진다. 두툼한 매트리스와 보온력 좋은 침낭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추위가 걱정된다면 핫팩을 추가하고 식사는 현지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공정 여행을 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임자도의 해안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이 많다. 잘만 살피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프라이빗 비치를 만나 한적한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단, 섬에서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을 전적으로 신뢰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임도나 해변 길을 지날 때는 두 눈으로 길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자대교가 4.99km라고요?
자료의 오류
섬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제법 많은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그중 수치에 관련된 것이 심하다. 포털에서 임자대교의 길이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4.99km로 표기돼 있다.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지도읍 점암과 임자도 사이에는 수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임자대교는 수도를 사이에 두고 2개의 다리로 이뤄져 있으며 임자도와 수도 사이의 임자 1교가 750m, 수도와 점암 사이의 임자 2교가 1,135m다. 두 다리의 길이를 합쳐도 1,885m에 불과하다. 4.99km라는 길이는 수도를 지나는 구간과 임자대교를 연결하기 위해 확장된 도로 구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대광해수욕장의 길이도 12km가 마치 정설처럼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7.5km~8km가 맞다. 정보는 발품을 팔아 수집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지도 앱만 꼼꼼히 살펴 봐도 비교적 확실한 수치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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