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진다는데…대출 조금 더 나온다고 사겠나"
"집값 내린다는 관측…대출 풀린다고 사겠나"
집값 15.38% 하락…전국 낙폭 2위
전문가도 "꾸준한 급매물…관망세 지속될 것"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 해제 지역에서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과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를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성남(분당·수정구)·과천·하남·광명에 지정됐던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해제됐다. 규제 해제는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규제지역에서 풀려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배제돼 세금이 줄어들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로 대출이 확대된다. 청약 재당첨 제한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까지로 제한됐던 중도금 대출보증 한도도 폐지됐다.
이에 더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없앤다. 당첨자의 실거주(2~5년) 및 기존 주택 처분 의무가 사라지고 수도권 기준 최장 10년이던 전매제한 기간 역시 최대 3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는 각각 시행령과 법 개정 이후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부동산 규제를 대부분 걷어내는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풀어 거래 늘린다는 정부…"집값 내려간다는데 사겠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관측이 많다. 규제 완화로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에서 '준서울'로 평가받는 광명의 경우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졌다.
광명은 경기도에서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등과 함께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규제 지역에서 빠지게 됐다. 광명은 지역번호 '02'를 사용하고 구로·금천구와 맞붙어 있다. 한 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신안산선 등 교통 호재와 광명뉴타운 재개발 사업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 집값 상승기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인 지난해는 집값이 급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명 집값은 지난달 26일까지 15.38% 내리면서 지난해 수도권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도 광명보다 낙폭이 큰 곳은 16.39% 떨어진 세종이 유일하다.
광명 일직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급매물이 나와 권해도 가격이 더 내려갈 집을 왜 지금 사냐는 반응이 돌아온다"며 "집값 추가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대출이 조금 더 나온다고 집을 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철산동의 개업중개사도 "집값이 하락했다지만 여전히 비싸고 대출받기엔 이자도 부담이라는 반응이 많다. 규제를 풀어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광명은 공급 물량도 많이 예정된 탓에 매수 대기자들이 수년 내로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10억 클럽'을 이탈하는 단지도 부쩍 늘어났다. 2021년 13억5000만원(15층)에 팔렸던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 전용 84㎡는 최근 실거래가가 7억8000만원(2층)을 기록하며 42% 급락했다.
일직동 '광명역써밋플레이스'도 2021년 14억8800만원까지 올랐던 전용 84㎡ 거래가가 9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이웃한 '광명역유플래닛데시앙' 전용 84㎡ 역시 지난해 초 14억9900만원(23층)이던 매매가가 연말에는 9억9000만원(16층)으로 주저앉았다.
"급매물 꾸준하고 분양 물량도 많아…물량 앞에 장사 없다"
분양 시장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말 청약에 나선 철산동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1·2순위 접수 결과 930가구 모집에 219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2.36대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청약받은 광명동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 결과는 더 처참하다. 293가구 모집에 1·2순위에 576명이 참여하며 평균 경쟁률은 1.96대 1에 불과했다. 거래절벽으로 기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며 분양가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영향이다
올해는 공급 물량도 대거 늘어난다. 올해 광명시에는 총 5개 단지, 1만5432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광명1R구역 3585가구 △베르몬트로광명(광명2R구역) 3344가구 △광명4R구역 1957가구 △광명5R구역 2878가구 △철산10·11구역 1490가구 등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분석한 광명의 적정 수요인 연간 1439가구의 10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점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부 주택 갈아타기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급매물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기에 시장 관망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 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로 수요 유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 자체가 오르고 있고, 광명의 경우 예정된 물량도 워낙 많아 수요가 얼마나 유입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방향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지금의 문제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라는 외부 요인이기에 국내 정책으로 이를 상쇄하기는 어렵다. 정책 변화가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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