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용노동부 관료의 기만[오늘을 생각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고용노동부가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발표했다. 2021년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 수는 전년에 비해 12만8000명이 증가한 293만명으로 집계됐다. 조직대상 노동자 수 자체가 약 80만명 증가했기 때문에 조직률 14.2%는 그대로지만 상승세는 이어졌다.
2015년 이후 6년간 늘어난 노조 조합원 수는 무려 100만명이다.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이 풀리면서 조직률이 증가했다. 민간부문 조직률은 3% 증가했는데,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간과할 수만은 없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41만명 늘었으니 전체 증가분의 40%를 차지한다. 퇴직자를 고려하면 매년 12만~14만명의 사기업 노동자들이 새로 노조에 가입한다.
물론 노조 조직률에서 여전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기업·공공부문의 높은 조직률이다. 고용노동부 이정한 노동정책실장이 지적했듯 “소규모 영세기업의 조직률은 미미”하다. 이 실장은 “우리 노동조합이 영세기업의 취약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보호받지 못하는 미조직 근로자들의 보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노동법과 제도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조할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데 있다. 우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부분적으로 제외돼 있다. 이를테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고, 휴업수당에 대한 지급 의무도 없으며, 주 52시간을 초과해 부려먹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예외 조항이 많다. 중대재해법에 있어서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2021년 산재 사망사고 중 5인 미만 업체에서 발생한 재해가 35.4%에 달한다.
산업구조적으로도 작은 사업장들은 공급사슬망의 말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윤율이 낮다. 이런 한계로 인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휴업과 폐업이 자주 일어나기에 노조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존 산별노조는 작은 사업장 노조 설립에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 섣불리 나섰다가 실패했을 경우 그 상처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더 깊게 새겨지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진심으로 영세기업 노동자를 걱정하고 그들의 노조 가입을 바란다면 노조 탓할 게 아니라,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근심 걱정 없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결함을 보완해야 한다. 한데 놀라운 건, 노동부가 올해로 끝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60시간 허용 특별연장근로를 2024년까지 연장하려 한다는 점이다. 시행 4년이 지난 주 52시간 상한제의 일몰제 연장은 영세기업 노동자들에게 영원한 장시간 노동과 산재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어찌 희망을 품겠는가. 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 보장의 핵심 기제다. 국민을 벼랑 끝에 내몰아 모두 죽일 게 아니라면, 정부 자신의 모순부터 정정하기 바란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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