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 이야기 外[신간]
<유류품 이야기> 로버트 젠슨 지음·김성훈 옮김·한빛비즈 1만9800원
오클라호마 폭탄테러로 초토화된 연방정부청사 6층에 미 해병대 신병모집소가 있었다. 무너진 콘크리트 사이에 낀 신병 모집 담당자의 시신은 꺼내기 힘든 상태였다. 갑자기 시신의 보이는 부분만 톱으로 잘라내라는 요청이 내려왔다. 가족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유해를 절단하라는 인간 존엄성을 무시한 요구. 이토록 관료주의에 물든 정부를 대하는 일이 죽은 사람과 대면하는 것보다 힘들었다는 저자는 유해 수습 전문가다. 2001년 9·11 테러,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 수많은 참사 현장에서 시신과 유품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했다. 그는 “위기나 재난에 충분히 대비돼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통제할 수 없는 죽음에 초점을 맞추되 통제할 수 있는 삶의 상황들을 간과하며 살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무라이 리코 지음·이지수 옮김·오르골·1만6000원
‘매일 오는 그 여자는 왜 허락도 없이 냉장고를 열까? 어떻게 남편 입맛을 알고 좋아하는 요리를 한다지? 데이센터 사람은 내가 사고를 냈다고 운전을 그만두라 했어. 하지만 난 사고라곤 낸 적 없는 베스트 드라이버야. 숨겨봤자 나는 알지. 남편은 집에 오는 여자 중 한 명과 사귀는 거야. 너도 그 여자랑 짠 거니….’ 치매환자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얼마나 다를까. ‘너’로 등장하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쓴 에세이다. 증상이 악화돼 모두를 나쁜 사람으로 의심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세종의 고백, 임금 노릇 제대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송재혁 지음·푸른역사·2만2000원
천재군주로만 알려진 세종. 그는 <태조실록>과 <태종실록>을 수차례 수정했다. <세종실록>은 진실만 담았을까. 젊은 정치학자가 정치적 수사를 넘어 32년 통치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 세종 이도의 민낯을 조명했다.
▲이를테면, 그단스크
고건수 지음·효형출판·2만원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다면, 류블랴나엔 플레츠니크가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잘 모를 유럽의 낯선 소도시들을 젊은 건축가의 시각으로 소개했다. 관광객용 장소 외에 사회주의식 아파트 등 주변부 이야기도 흥미롭다.
▲유혹하는 유물들
박찬희 지음·빨간소금·1만7000원
‘진짜 명품’을 보려면 백화점 명품관이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박물관연구소장이 주먹도끼와 백자 달항아리, 금동반가사유상, 서직수 초상 등 ‘국중박’에 가면 꼭 봐야 할 명품 유물 30가지를 골라 소개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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