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시대]<하>'법령 충돌' 관건…전국발 네트워크 구성 시급
기사내용 요약
제주·세종·강원 이어 4번째…전북 독자권역 법적 인정
강원특별자치도법, 기존법과 9000개 조항 충돌 비상
전북도 "제주, 강원 선례 참고해 법 개정 세밀히 파악"
전문가들 시간 부족 우려, 다양한 전문가 확보 운영 필요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지난해 12월 28일 '전북특별자치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전북은 오는 2024년부터 제주, 세종, 강원에 이어 4번째 특별광역자치단체가 된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이 시행되면 전북도는 본격적인 지방시대 구현과 실질적 자치권 확보, 재정 자주도 강화 등 전북 자립 지원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등 지방분권의 특별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이에 전북도는 법 시행을 앞두고 법령의 기본 틀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시군 수요조사 및 단계별 개정을 통해 실익을 확보하는 한편 전북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별도의 용역 등을 통해 내실 있게 특별자치도 출범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의 임의 규정이 상당하고 법안 내용이 매우 비슷한 강원도처럼 다른 법과의 조항 충돌 우려도 있는 등 전북 특성에 맞는 지원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돼 이를 해결하는 일이 뒤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원도 일부 언론은 내년 6월 시행을 앞둔 강원특별자치도법이 중앙정부 타 법령들과 9000여개 조항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보도를 내놨다.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와 달리 시군을 그대로 유지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특성상 도와 시군의 권한과 책임 등을 규정한 기존 법의 여러 조항과 모순이 발생하는 것.
이 때문에 강원도는 물론 전북 역시 여러 가지 특례를 실현하려면 충돌하는 다른 법을 일일이 찾아내 개정해야 한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우선 지원과 재정 특례 등이 담긴 28개 조항의 특별법에는 강원특별법에는 없는 사회 협약, 해외 협력, 국가 공기업 협조 등 3개 조항이 포함돼 충돌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지사는 "우리도 제주, 강원 선례를 참고해 법안 공포 후 출범 1년간 용역을 통해 다른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세밀하게 파악해 정리할 계획"이라며 "특히 선택의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주도권을 가지고 시·군의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북도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적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김 지사의 정치적 역량과 민간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전문가 확보가 사전에 필요하다고도 조언한다.
전대성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전북이 중점적으로 양성한 농생명·탄소 등 사업을 연계한 기업 유치 등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적인 기업 유치가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무엇보다 강원도의 경우 중앙법령과 충돌이 9000여 개 이상 된다고 하는데 도가 과연 이를 제대로 연구했을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중앙법령과 충돌하지 않는 조례와 특례 등을 연구하고 제정할 수 있는 전문위원과 전북도의원들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김 지사가 강원도와 협의를 통한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전북과 강원이 서로 특별자치도로 성공하기 위해서 경쟁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이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민간협의체 구성 등 인력풀을 형성해야 하고 범도민적인 공청회 등을 통한 정책, 김 지사의 정치적 역량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북연구원이 그간 해온 연구 결과만을 토대로 법이 시행돼 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재탕에 그쳐 상위법 충돌·지자체 간 대립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경아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깡통 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부족하고 마음에 안 들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잘못 됐다, 잘 됐다'를 논할 게 아니라 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 전북에 있는 학계 사람들과 전문가, 정치인, 일반 시민 등 모두가 외교관이 되어서 자치도라는 껍데기를 알차게 채워 나가야 할 때"라면서 "각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전문성 발휘는 물론 중앙 네트워크를 최대한 뚫어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순간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여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특별자치도 특별법 통과에 대해 전주에 거주하는 이종혁(43)씨는 "전북은 그동안 호남지역으로 묶이면서 광주·전남에 귀속돼 있다 싶을 정도 전국을 넘어 호남지역에서도 뒷선에 밀리는 홀대를 받아왔다"면서 "이번 특별자치도 시행을 계기로 행정구역에서 전라북도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인정받은 만큼 국가기관 및 산하기관 등이 전북에 본사 및 본부를 두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민은 "특별자치도가 된 것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특별지자체가 난립하고 있어 자칫하면 특별함의 의미가 옅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전북만의 색깔을 찾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ns465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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