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예금” vs “고성장주 투자”…전문가 의견 갈린다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시계(視界) 제로’ 인 상황에서 2023년 계묘년을 맞아 검은 토끼처럼 지혜롭게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아무리 어려운 시장에서도 투자 기회는 반드시 있고, 이를 잘 포착하면 준수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5대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새해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안정지향적 투자자에게는 은행 예금과 채권 등 고정 수입 자산을 권했다. 금리와 수익률이 많이 올라 위험 자산 못지않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센터장은 “연준의 정책금리 추가 상승은 채권 금리에 일정부분 반영돼있고, 다가올 침체에 대한 채권금리 하락 폭은 아직 덜 반영돼 있다”며 미국 국채와 투자 등급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에 담으라고 권했다. 박 부센터장은 “미국 경기침체의 강도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 시 약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취와 채권가격 상승에 의한 자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성희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높아진 고금리를 활용한 정기예금과 확정금리 저축보험의 비중을 확대하고 주식자산의 비중을 최소로 가져가길 추천한다”고 했다. 또 “시중은행 금리가 고점을 지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금리 하락이 예상된다”며 장기 운용이 가능한 자금은 최대한 장기 확정금리 상품으로 가입하고, 1년 이내 단기 운용자금이라면 고금리 주가연계사채(ELB)상품을 들 것을 추천했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공격형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PB들이 다양한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주가연계증권(ELS)과 10~20년물 장기 국채에 투자를 권했다. 정 부센터장은 “홍콩지수를 제외한 지수로 구성된 ELS를 추천한다”며 “다만 만기상환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3년까지 투자할 수 있는 자금 위주로 돈을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선 신한은행 신한PWM분당센터 지점장은 상반기에 현금흐름이 좋고 배당이 굳건한 기업에 투자하되 점차 고성장기업에 투자하라고 추천했다. 위험 자산 비중도 50%에서 70%까지로 늘리는 게 좋다고 했다. 김경선 지점장은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미국 중앙은행과 함께 속도를 조절하는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병주 하나은행 Club1한남PB센터지점 지점장은 은행 정기예금 20%, 우량등급 채권(만기까지 보유) 20%, 회사채(AA- 이상)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15%, 지수형 ELS 15%, 펀드 30%로 비중을 가져갈 것을 권했다. 김병주 지점장은 “미국과 국내 증시는 작년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신용위험을 반영해 조정이 진행됐다”며 “올해는 기업의 이익 증가율 둔화가 증시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달러약세, 충분한 기간조정의 과정, 위드 코로나 정책을 통한 중국의 소비부양 효과 등은 기대해 볼만하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국내 지수에 투자할 경우 기대 수익률은 10%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주식에 투자할 때 유망한 업종으로는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유틸리티가 주로 꼽혔다. 김 전문위원은 “대표적인 경기 둔감 업종으로 경기침체 시 저변동성을 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센터장도 비슷하게 추천하면서도 “물가의 하락이 지속되고 경기의 바닥을 보게 된다면 연준의 정책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가장 힘든 섹터들인 IT와 경기소비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의 비중을 늘려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와 반도체 업종 추천도 있었다. 김경선 지점장은 “전기차는 미국 공장증설이 본격화되는 분야라며 관련 소재, 장비, 부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유망하고, 반도체는 재고 처분 이후 미래 시장을 고려해 저점 매수 기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증권 업종도 저점 매수 기회로 주목 받았다. 김병주 지점장은 “주가가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했고 기간조정이 충분하다”며 “시장금리가 하반기 이후부터 하락하면 정기예금으로 몰렸던 수요가 다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일부 넘어가게 될 텐데 그 수혜는 대형 증권사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분산투자는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병주 지점장은 “전통적인 자산 배분은 비율은 채권과 주식이 6대4 수준인데 올해는 경기둔화 가능성을 감안해 7대3으로 조정하는 게 좋다”며 “주식시장이 무너지더라도 금리가 높은 수준이어서 경기침체로 인한 금리하락으로 채권이 주식의 손실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은 반드시 분할매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선 지점장은 “경기침체 상황과 서비스 물가 안정 등을 확인하며 하반기부터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 채권과 주식 비율을 4대6으로 가져가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올해는 금리, 물가, 중국정책 등 시장의 변수들을 수시로 확인하며 긴 호흡으로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 부센터장은 “위험중립적인 경우 채권 45%, 주식 36%, 현금성자산 12%, 대체자산 7%를 추천하지만 자산배분 비율은 투자자의 성향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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