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세액공제 25%로 확대"… 다가오는 반도체 겨울에 지원 나선 정부

안용성 2023. 1.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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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지원 늘려… 中企 최대 35%
尹 “첨단산업 키워 세계와 경쟁”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재도입

반도체 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투자액의 최대 25%를 감면받게 된다.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올해 12년 만에 재도입된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복합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하고 첨단 기술과 산업을 키워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며 “세제와 금융 지원, 연구개발(R&D) 지원과 판로 개척을 위해 우리 전 부처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부처가 수출 담당 부처이자 산업 부처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당기(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 시설에 1조원을 투자한다면 현재 세금 감면액(800억원)에서 15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의미다.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당기분과 증가분을 합쳐 최고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기 공제율이 현재 16%에서 25%로 올라간다. 여기에 투자 증가분을 포함한 최고 세액공제율은 35%에 달한다. 국가전략기술 R&D 투자에 대해서도 현행 제도대로 세계 최고 수준인 30∼50%의 공제 혜택을 준다. 정부는 또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12년 만에 재도입하기로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임시공제가 도입되면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현재 1∼10%에서 3∼12%로 2%포인트씩 일괄 상향된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 강화 방안으로 인해 내년 세수가 3조6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2025∼2026년에는 연간 세수가 1조3700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핵심 중추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및 국가 안보,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어서 획기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에 그쳤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의 반도체 ‘찔끔 지원’ 지적… 기재부 최고수준 감세안 내놔

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의 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대기업 기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건 대통령 지시가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수출 주력 산업인 국내 반도체산업의 위기감도 작용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정부가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을 11일 만에 다시 개정하겠다고 나선 건 경쟁국 대비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투자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반도체·백신·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율은 각각 8%로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부안은 여당이 주장한 세액공제율(20%)이나 야당안인 10%보다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기재부 반대에 수정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 통과 직후부터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기업들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일”라고 비판했다. 재계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세액공제가 투자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경쟁국 대비 지원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을 제정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해주고, 대만도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비율을 2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이에 정부는 엄격한 적용요건이 있는 미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고, 대만 법안 통과 이후와 비교해도 우리 지원 수준이 낮지 않다며 맞섰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이후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여기에 법인세 최고세율이 야당 반대로 정부안(3%포인트↓)보다 낮은 1%포인트 인하에 그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법인세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3일 광주 서구청사 2층 들불홀에서 열린 '2023 주민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 서구을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추가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부는 주요 경쟁국 대비 최고 수준의 세제지원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투자 증가분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25~35%에 달하는데, 이는 대만(5%), 미국(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반도체 산업에 최악의 겨울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 투자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다만, 야당 입장에 따라 국회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한정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로 전략이 바뀐다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국가전략산업에 포함될 수 있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과 이번 결정 과정에서의 근거를 고려해보겠다고 말하는 등, ‘송곳 심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현미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김현우·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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