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제주]③다회용컵은 성공적…플라스틱 감축 '먼 길'

오현지 기자 2023. 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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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컵 반납률 70% 상회…플라스틱 감축 효과
보증금제는 재활용률 향상 목적…저감정책 병행해야

[편집자주] 카페 등에서 음료를 구입할 때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시험대는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제주와 세종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한 달 사이 드러난 문제점과 보완점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달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 관계자들이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위해 가져다 놓은 1회용 컵들이 놓여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고작 2개 지역에서 제도가 시행된 지 단 한 달이 지났을 뿐, 일회용품 보증금제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일회용컵 보증금제만으로는 플라스틱 배출량 감축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실현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증금제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다회용컵 도입과 개인용기 사용 혜택 부여 등의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납률 높은 다회용컵…1년간 일회용컵 270만개 절약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을 선언한 제주는 플라스틱 저감 정책의 선두주자다. 제주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는 2021년 7월부터 민관 협업을 통한 '탈 플라스틱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스타벅스 등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컵을 다회용컵으로 교체했다.

도내 스타벅스 전 매장에서는 음료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할 경우 다회용컵 보증금 1000원이 추가된다. 음료를 다 마시면 각 매장이나 공항 등에 설치된 회수기에 반납하면 된다.

그 결과 제도 시행 1년 동안 270만개의 일회용컵이 절약된 것으로 추산된다. 매장에서 절약한 14㎝ 높이 일회용컵 270만개를 쌓으면 총 378㎞에 이르는데, 이는 한라산 높이(해발 1947m)의 194배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이 적용된 무인 다회용컵 회수기 (SK텔레콤 제공) 2021.7.6/뉴스1

또 지난해 7~9월 제주지역 하루평균 체류인구는 85만8195명(제주주민등록인구+관광객)으로, 전년 같은 기간 83만4701명에 비해 2만3494명(2.8%) 늘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1175.3톤으로 전년(2021년) 1254.7톤보다 79.4톤(6%) 줄었다.

제주도는 도민들이 심각성에 공감하고 쓰레기 감량에 동참한 이유도 있지만,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보증금을 내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정책도 쓰레기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회용컵 반납률은 70~80%를 상회한다.

다회용컵의 경우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하고, 반납률도 높아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일회용컵 회수율 '아직'…감축 촉진책 뒤따라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 여부를 가를 핵심은 우선 선도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정착, 즉 컵 회수율이다. 제주의 다회용컵 정책 역시 높은 반납률 덕에 순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정확한 회수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전국 확대 시행을 가늠할 선도지역 내 컵 회수율 목표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체에서 라벨을 구매할 때 선납해야 했던 보증금을 8주 후까지 후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며 “소비자들에게 받은 보증금 납부기한이 연장된 만큼 정확한 회수율 집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표인 90% 회수율이 단기간에 달성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선도지역에서의 명확한 목표 기준을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세종과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달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 마련된 매장 외 컵 반납처에서 직원들이 키오스크에 빈 1회용 빈컵을 등록, 반납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높은 회수율을 위해서는 업체 자율에 맡긴 교차반납을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는 시행 초기 브랜드별 교차반납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후 일부 매장에서 불만이 제기되자 교차반납을 업체 선택에 맡기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회수율이 아직 20~30%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한 달 초기 단계에서 참여매장 수가 정상화되지 않았고, 교차반납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 반환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회수율 상승을 위해서는 반납 편의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품 보증금제와 함께 발맞출 현실적인 일회용품 저감 정책과 단속도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팀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핵심은 회수와 재활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지, 감축과는 맥락이 다르다”며 “각 매장에 재활용이 용이한 표준용기를 써서 재활용률을 높이고, 반납을 편하게 해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품 감량을 위해 제도를 시행한다면 다른 보완책이나 규제가 필요하다”며 “매장 내 일회용품 단속을 1년간 또 유예해놓고 테이크아웃 컵만 규제해 일회용컵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피력했다.

홍 소장 역시 “보증금제는 일회용품 감축 효과보다는 길거리 투기 방지와 재활용률 향상의 효과가 가장 크다”며 “보증금제까지 하는데 왜 텀블러를 안 드냐고 따질 게 아니라 개인용기 사용량을 늘리기 위한 캠페인이나 촉진책이 같이 붙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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