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제주]②제 역할 못하는 공공반납처…"회수율 높일 대책 필요"
공공반납처 기계 꺼져있거나 쓰레기통 신세도
[편집자주] 카페 등에서 음료를 구입할 때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시험대는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제주와 세종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한 달 사이 드러난 문제점과 보완점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에서 촉발된 형평성 논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매장 확대의 도화선이 될지 관심사다. 환경부는 보증금제를 거부하는 업체가 요구하는 사업장 확대와 인센티브 도입을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다.
◇ 환경보호 동의하지만…유인책이 없다?
보증금제 보이콧 기류는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에 반발하는 가맹점주들이 제도의 폐지가 아닌 제도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피력해왔다.
보이콧 매장들은 인건비와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유인책이 없다고 주장한다.
선도사업 기간인 만큼 환경부는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미반환 보증금을 활용해 보증금제 적용매장에 컵당 14원가량의 현금과 라벨부착기구, 무인간이회수기를 지원하고 있다. 일회용컵 레이블비 개당 6.99원, 보증금 카드수수료 개당 3원, 표준용기 처리지원금 개당 4원이다. 레이블은 반납 증빙용으로 보증금제 적용 컵마다 부착해야 하는 바코드 형식의 스티커다. 그러나 전국 확대 시에도 이 같은 지원책이 그대로 유지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제주에서는 제도에 동참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부담은 덜었더라도 레이블을 직접 주문해 일회용컵에 부착하고, 한 잔을 판매할 때마다 일일이 레이블을 스캔해 기록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점주 몫이다.
이뿐만 아니라 반납받은 컵을 세척하고, 일정 갯수가 쌓일 때까지 매장에 보관해 처리업체에 넘기는 일련의 과정 역시 1~2인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매장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호소도 나온다. 또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에 사용되는 레이블 종류가 달라 현장에선 혼선이 더해지고 있다.
오정훈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 대표는 "레이블비, 처리지원금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보증금제 시행 매장에서 들여야 하는 비용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인건비가 더 들고, 손님과 벌이는 실랑이 역시 매장엔 악재"라며 "시행 매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던가, 공장에서 컵에 레이블을 미리 붙여서 생산하는 대책을 환경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반발하는 업체들을 설득하고 계도하는 한편 업체 요구사항을 토대로 보완해 나갈 사항을 계속해서 정리하고 있다"며 "규정상 3년 이내에 전국으로 제도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올해 선도사업을 진행해보고 전국 시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하루 1개 반납 될까 말까…무용지물 공공반납처
환경부의 최종 목표인 회수율 9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조한 반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강력한 홍보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 이후 한 달간 제주 공공기관과 공항·항만, 렌터카 업체 등에 공공반납처 48개를 설치했고, 1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반납처 일부를 확인한 결과 홍보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선도사업 지역이 제주와 세종에만 한정돼 있는 탓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제도가 익숙치 않다는 점 역시 회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일 제주국제공항 인근 렌터카 업체 사무실에 설치된 회수기는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었다. 회수기 안쪽을 들여다보니 자판기 커피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 귤껍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옆에 있는 스타벅스 다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하는 관광객은 많지만 일회용컵을 반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제도 자체를 모르다 보니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들도 많고, 솔직히 다 먹은 일회용컵을 여기까지 가져오겠느냐"고 말했다.
도민들이 주로 사용할 만한 곳에 자리한 회수기도 상황은 같았다. 같은 날 주거지가 밀집한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재활용도움센터 내 회수기는 아예 꺼져있는 상태였다. 회수기가 정상 작동된다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밀집한 제주시 누웨마루 거리 재활용도움에서 지난 1일부터 이틀간 반납된 일회용컵은 단 하나도 없었다.
노형동의 한 공영주차장에 꾸려진 반납부스 역시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부스 담당자는 "오늘 반납된 컵은 딱 1개고, 지난달에는 일주일간 반납되는 컵이 단 한 개도 없던 적이 있었다"며 "공공반납처를 아무리 늘려봐야 홍보가 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혀를 내둘렀다.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야 하는 제도 특성상 '쉬운 반납'을 전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허점이다. 무인회수기에서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설치하고, 계좌를 등록하는 단계가 필수여서다. 스타벅스 등이 사용하는 다회용컵의 경우 컵을 반납기에 넣기만 하면 곧바로 현금으로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번거로운 절차다.
이 같은 불편함 탓에 제도 시행 매장에 설치된 무인 간이회수기 반납비율도 아직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내 매장에는 회수기 18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보증금제를 운영 중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업주 A씨는 “한창 바쁠 때는 현금 반납이 아닌 무인회수기를 이용해달라고 안내하지만 중장년층은 앱이 익숙치 않다보니 화를 내거나 그냥 버리는 분들도 있다”며 “회수기를 쓰는 분이 거의 없어 100원짜리 동전을 계속 구비해둬야 하는 불편함도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은 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기 때문에 홍보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향후 회수율이 낮은 기기들을 추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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