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제주]①보증금제 시행 한 달…10곳 중 4곳 보이콧

오현지 기자 2023. 1.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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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카페 등에서 음료를 구입할 때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시험대는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제주와 세종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한 달 사이 드러난 문제점과 보완점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세종과 제주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달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 보증금제 참여 보이콧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와 세종이 전국 확대 시행 여부가 걸린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험대에 오른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제도 적용 매장의 형평성 문제로 10곳 중 4곳이 보이콧 의사를 거두지 않으며 전국 확대 시행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14년만에 부활한 일회용컵 보증금제…왜 필요할까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가맹점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음료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갈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 시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2020년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2년6개월만에 지난달 2일 제주와 세종지역에서 선도사업이 시작되며 첫발을 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법적으로 제도화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해 6월부터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시행 시기를 6개월 늦춘 데 이어 적용 지역도 2곳으로 줄이면서 ‘반쪽 출발’, ‘졸속 추진’ 논란을 빚기도 했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달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02년 최초 시행됐다가 5년 만에 실패로 끝난 전력이 있다. 법이 정한 제도가 아닌 보증금 50~100원 수준의 자발적 협약 형태로 이뤄져 컵 회수율이 37%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증금제가 사라졌던 사이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에서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2007년 약 4억2000만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회수율은 2009년도 37%에서 2018년도에는 5%로 급감했다.

적절하게 재활용되면 고급화장지 등으로 재탄생할 종이컵과 제조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컵 상당수가 그저 쓰레기로 소각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14년 만에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부활하게 됐다.

◇대상 매장 40% 보이콧…형평성 문제 해결 요원

지난달 2일 오전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고 있는 제주시의 한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 모습.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주문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다 쓴 일회용컵을 매장에 반환하면 300원을 돌려받는 제도다.2022.12.2/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각종 논란을 뚫고 시작된 제도지만, 이에 반발하는 업체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행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 467곳 중 40%에 달하는 187곳은 여전히 제도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시행 매장 중 118곳은 이미 다회용컵을 도입한 곳이다.

보이콧 매장 대부분은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2000원선에 판매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업체다.

저가형 매장의 경우 저렴한 가격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만큼 음료값에 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제도 안착의 가장 큰 걸림돌인 형평성 문제도 현재진행형이다. 제도 적용 대상 매장이 가맹점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한정돼서다. 제주도내 3300여 개 관련 업체 중 시행 대상 매장은 10% 수준에 그친다.

특히 제주는 많은 매출을 올리며 적잖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대형 개인카페가 즐비하지만, 제도 적용 대상에서는 빠져 있어 형평성 논란이 더욱 크다.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는 제도 시행을 앞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대부분 관광지 대형 카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결국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제도의 시험을 위한 시행으로 변질됐다"며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대상을 확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제주도는 환경부에 제도 대상 매장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고, 환경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행령 개정에 절차가 있다보니 아직 공개할 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환경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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