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인수 발표…드디어 올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되나요?
[편집자주]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 상황은 어느때보다 어둡다. 퍼펙트스톰(복합 경제 위기) 앞에 소비, 투자, 생산, 수출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이다. 그 선봉에 기업들이 있다. 희망의 2023년, 산업 현장을 찾아 위기 극복의 해법을 모색한다.
한국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빅 이벤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양 사의 합병이 올해엔 마무리될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남은 기업결합 신고 필수국가 4개국 중 중국이 이를 승인하면서다. 남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도 중국의 판단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건 2020년 11월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COVID-19)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자 KDB산업은행이 재매각하기로 하면서다. 산은은 대한항공 모기업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대금을 지원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필수 신고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각국의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2021년에 인수를 빠르게 마무리 짓겠다는 대한항공의 계획도 무산됐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것도 지난해 2월이었다.
대한항공은 그간 필수 신고국 중 한국을 비롯해 튀르키예,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 또는 심사 종결 결정을 받았고 임의 신고국 중에선 임의 신고국가의 경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영국 등이 심사를 보류하면서 또다시 먹구름이 꼈다.
특히 미국 법무부는 기업결합 심사를 75일간 진행하기로 대한항공과 협의했지만, 예정된 시각에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8월 말 미 법무부에 심사 관련 자료를 제출한 만큼, 지난해 11월 중순쯤엔 결과가 나와야 했지만 어긋났다. 미 당국이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 제한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며 추가 심사를 진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국가에서 의외로 빠른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중국 시장총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들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요구했고, 양사 중복노선 중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를 판단한 5개 노선에 중국이 판단한 4개를 더해 총 9개 노선에 신규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신규진입에 필요한 슬롯(시간당 가능한 항공기 이착륙 횟수) 이전 등을 통해 지원하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중국이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은 미국, EU, 일본의 경쟁당국도 심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경쟁당국도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안을 수용했으며, 이를 곧 확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당국과 적극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경쟁당국의 판단으로 남은 미국, EU, 일본 당국도 심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시작으로 기업결합 승인이 나온다면 올해 상반기 중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은 국가 중 가장 난관으로 점쳐지는 곳은 EU다.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기업결합을 반대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으로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으나 EU가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기업결합을 반대했다.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해외사례로는 2021년 캐나다의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 그리고 스페인의 1위 항공그룹 IAG와 에어유로파 모두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EU 판단에 기업결합을 자진 포기했다.
대한항공은 추가 슬롯 반납을 통해 경쟁당국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사례로 영국 경쟁시장청(CMA)를 설득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런던 히드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슬롯 7개 모두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다.
국내 항공업계 관점으로 보면 슬롯 확보 경쟁이 치열한 히드로공항 슬롯 7개가 현지 업체로 넘어가는 셈이다. 일각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1+1이 아닌, 1+0.5 수준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수합병 과정 중 아쉬움은 있지만,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국내 항공업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통합이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가 보유한 노선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노선 구성과 환승 전략이 가능해진다. 유진투자증권은 허브 경유 연결이 가능한 미주~태평양 노선의 경우의 수는 기존 1440개에서 1872개로 약 30% 증가할 것으로 봤다.
또 진에어를 주축으로 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로 상용·프리미엄 수요를 대한항공이 맡고, 그 외는 통합 LCC로 이관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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