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부동산] ‘친환경 주택’만 고집할 필요없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2023. 1.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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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가족 4인이 함께 살고 있는 강원 홍천 집은 2010년 봄과 여름 사이에 지어졌다.

그는 "자연 재료로 지은 집이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인 장점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직접 살아보니 겨울나기가 힘겨운 강원도에선 단열기능이 떨어지고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도시인들이 전원에 주말주택(세컨드 하우스)이나 귀농·귀촌 주택을 마련하고자 할 때 '건강+친환경' 집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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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부동산 이야기] (71) 건축재료 뭐가 좋을까
황토·통나무 등 자연재료
값 비싸고 관리 까다로워
재료별 장단점 파악 필수
용도 맞게 실용적 선택을

필자의 가족 4인이 함께 살고 있는 강원 홍천 집은 2010년 봄과 여름 사이에 지어졌다. 일부 집터와 농사용 땅은 2년 앞서 매입했다. 이후 필자와 아내는 나무·흙·돌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한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보금자리를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돈. ‘건강+친환경’ 집의 대표 격은 한옥이지만 건축비가 비싸 언감생심이었다. 이런저런 대안을 모색한 끝에 흙벽돌집을 짓기로 했다. 관련 업체와 공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견적도 받아봤지만 이 역시 돈이 모자라 포기했다. 결국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는 좀더 저렴하고 실용적인 경량 철골조의 모듈러주택(조립식)으로 귀착됐다. 크기(91.68㎡·약 28평)도 줄여 총 건축비는 1억원을 넘지 않았다.

강원 원주에 사는 필자 친구는 오래전에 통나무·황토·돌·너와 등 자연 재료로 지은 본채와 흙벽돌로 지은 별채를 매입해 전원주택 겸 수익시설로 사용해왔다. 지난해 본채 옆에 또 한채를 짓기로 하고, 어떤 집을 지으면 좋을지 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는 “자연 재료로 지은 집이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인 장점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직접 살아보니 겨울나기가 힘겨운 강원도에선 단열기능이 떨어지고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고민 끝에 그는 철근콘크리트구조로 결정했고(필자 역시 동의했다) 벽체 내외부 마감 때 건강과 단열기능을 충분히 반영해 튼튼하고 현대적인 건물을 지었다.

도시인들이 전원에 주말주택(세컨드 하우스)이나 귀농·귀촌 주택을 마련하고자 할 때 ‘건강+친환경’ 집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그 꿈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무리하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어떤 집이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또 자연 재료가 아니라고 해서 건강과 친환경을 추구하지 않는 건축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마당과 조경·농장 조성을 위한 토목공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는 집을 짓고 살면서 한참 후에야 마당과 농장 경계에 축대를 쌓았다. 애초 축대 재료는 자연친화적인 큰 돌로 계획했지만 심사숙고 끝에 콘크리트 식생블록으로 바꿨다. 살아보니 집중호우 때 빗물 처리, 수시로 출몰하는 뱀 퇴치 등엔 콘크리트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사진 마당을 넓히는 토목공사도 있었다. 애초 푹 꺼진 공간을 메우는데 흙과 돌이 섞인 자연 골재를 쓰기로 했으나 조달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잘게 부순 순환골재(재생골재)를 대신 깔고 그 위에 다시 잔자갈과 돌가루·마사 등을 덧씌워 자연 재료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늘 찜찜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결과가 생각보다 괜찮다. 집중호우가 잦은 요즘은 지면이 단단해지고 빗물이 쑥쑥 잘 빠져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 꿈과 현실의 괴리는 살아보면 안다. 누구나 처음에는 잔디마당을 원하지만 해마다 직접 풀과의 전쟁을 치르다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자연을 찾아 시골로 온 귀농·귀촌인이 자연 재료로 지은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보금자리를 꿈꾸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장단점이 공존한다. 오로지 자연 재료, 생태건축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가족의 취향·용도·비용·실용성 등을 두루 고려해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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