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리디자인] 쓰레기·빈집 없는 마을로 재탄생…주민 얼굴에 ‘웃음꽃’
새뜰사업 성공사례
장선마을, 주택개량·깔끄미방 세워
관평마을, 폐가철거·경관정비 성과
복암마을, 환경 쾌적해 귀촌인 관심
좋은 환경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가령 농촌에서 주변 환경만 개선돼도 주민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도시민 유입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끈다. 이에 정부는 2015년부터 낙후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이하 새뜰마을사업)을 주도했다. 도시와 견줘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촌지역의 환경을 정비해 국민 기본권을 고루 누리도록 한 것이다. 모범사례가 되는 마을을 찾아가봤다.
◆쓰레기 없는 장선마을=“저희 마을엔 없는 게 있어요. 바로 쓰레기입니다.”
구태창 이장(61)이 밝히는 충남 서천군 마서면 장선마을의 자랑거리는 ‘청정마을’이라는 점이다. 구 이장의 말처럼 이 마을에선 휴지 조각 같은 작은 쓰레기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은 2014∼2018년에 23억8400만원을 들여 새뜰마을사업을 진행했으며, 2020년 평가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
111가구가 함께 사는 장선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75세를 넘었다. 사업 이전엔 대다수 가구가 슬레이트 주택에서 살고 재래식 화장실을 썼다. 마을 길도 좁아 소방차 한대 들어오기도 어려워 안전문제가 늘 지적됐다. 무너지기 직전인 담장도 많았다.
장선마을은 생활 여건 개조사업으로 먼저 ‘깔끄미방’이라는 쓰레기장을 세웠다. 또 마을도로를 넓히고 돌로 쌓은 담장으로 새롭게 꾸몄다. 이뿐만 아니라 슬레이트 주택을 개량하고, 재래식 화장실을 모두 현대식으로 바꿨다.
마을에 가면 밤색 기와를 얹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입로에 있던 축대도 한층 탄탄하게 정비했다. 사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주민투표를 거쳤다.
마을주민 주영자씨(81)는 “살던 집이 불편한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환경이 달라지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며 “어떤 사람이 놀러와도 자랑하고 싶은 예쁜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마을은 차로 5분 거리에 국립생태원이 있고, 주변에 서천금빛노을서울캠핑장이 자리해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 이장은 “귀농·귀촌인이 언제든 장선마을로 올 수 있게 빈집을 정비하고, 방문객이 농촌 풍광을 여유롭게 즐기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빈집 0개’ 목표 달성한 관평마을=충북 괴산군 청천면 관평마을은 ‘2020년 새뜰마을사업 준공지구 평가’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관평마을은 2015∼2018년까지 사업비 28억원을 들여 새단장을 마쳤다. 특히 ▲주택 정비 ▲경관시설 정비 ▲기반시설 정비에 중점을 뒀다. 유해물질로 지정된 슬레이트를 철거하고 대신 15곳의 지붕을 개량했다. 또 벽면이 무너지고 창틀·문짝이 훼손돼 주변 경관을 해치는 빈집도 다 철거했다.
주민이 가장 반긴 것은 ‘기반시설 정비’다. 기존에 여기저기 깨지고 움푹 파인 도로를 말끔히 정비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줄였다. ‘경관시설 정비’의 하나로 걷기 좋은 마을 산책로도 만들었다. 어두운 색과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우중충해 보였던 함석판 담장을 깔끔한 돌담으로 조성했다.
또 어르신들이 마을을 산책하다가 편히 쉬도록 길목 곳곳에 정자를 세워 쉼터를 마련했다. 이런 노력은 사업이 끝난 후 명확한 수치 변화로 성과를 증명했다. 유승진 괴산군 농촌개발팀 주무관은 “사업 전에 46가구였던 게 2020년에 65가구로 늘었다”면서 “특히 17개에 달했던 빈집을 모두 재정비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폐광 이후 미래를 준비한 복암마을=전남 화순군 동면 복암마을은 군내에서도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5∼2017년까지 추진한 새뜰마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환골탈태했다. 총 사업비 41억8900만원을 들여 재래식 화장실 정비, 슬레이트 철거, 담장 설치 같은 마을 경관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설 정비뿐 아니라 주민 역량을 높이는 활동도 마을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건강관리교실을 열어 주민간에 화합을 다졌고, 소식지와 마을홍보 영상을 제작해 대내외 소통수단을 다변화했다.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던 탄광이 폐쇄를 앞두고 있지만 주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주변 경관이 잘 꾸며지면서 곳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귀농·귀촌인이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2년간 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철씨(60)는 “사업이 끝난 후에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주민 협의체 모임을 주기적으로 연다”면서 “앞으로 전남권에서 우리 마을이 귀농·귀촌 1번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을 가꾸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순=이문수, 서천=박준하, 괴산=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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