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골드버그 머신을 찾아서 없애자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말이 있다. 오캄은 중세의 철학자인데 “동일한 설명력을 가진다면 간결한 것이 진리에 더 가깝다”는 진리 판단 원리를 말한다. 이 원리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과 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부동산 세금을 과세하기 위해 참고하는 재산 가치에 공시가·감정가·실거래가 등이 있는가 하면, 세금도 취득세·재산세·양도세·증여세·부가가치세·종합부동산세 등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교육 문제는 경제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 과학고·외국어고·영재고·국제고·개방형 자율고·자립형 사립고·마이스터고·기숙형 공립고 등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하다. 수능 성적도 평균점수·표준점수·백분위 점수 등 통계 전문가가 아니고는 알 수 없게 복잡하다. 대입전형 요소는 수능성적, 내신 성적, 면접, 대학별 논술고사 등이 있고, 각각의 반영 비율을 정부가 일일이 걱정하고 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단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수요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정부의 규제를 없앤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학교의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대학 입시도 대학에 맡기면 되고, 정부에서 국립대학 사립대학 다 걱정하지 말고, 국립대학에나 신경쓰는 것이 옳은 일이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모든 규제를 풀기만 하면 얼마든지 명문 사립대학들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자동으로 퇴출될 것이다.
골드버그 머신이라는 것이 있다. 매우 단순한 작업을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게 처리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것은 미국의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라는 사람이 그린 ‘자동냅킨’에서 유래된 것이다. 밥 먹고 그냥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 될 것을,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자동으로 입을 닦는 장치를 만화로 그린 것이다. 이 만화로 골드버그는 퓰리처상까지 받는 행운을 얻었다. 일부러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는 행정절차를 풍자한 만화였다. 이 만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미국에서는 매년 ‘골드버그 머신 콘테스트’라는 것이 열리고 있다. 단순한 작업을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냐를 시합하는 대회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골드버그 머신이 참 많은 것 같다. 골드버그 머신은 찾아서 없애야 한다. 특히 정부 정책 분야는 골드버그 머신이 더욱 없어져야 할 곳이다. 이런 불필요한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입안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복잡한 현상도 그 본질에 들어가 보면 단순하다. 그 단순성을 보아야 불필요한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계묘년(癸卯年) 새해에 우리 정부도 정책을 좀 단순화시켜 간결하고 효율적인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배덕진 강원사대부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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