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하야시 마사히사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 “국가 상대 ‘싸움’ 유사 권한·재원 쟁취해야”

오세현 2023. 1.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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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정치적인 가치
국가-지방 업무 배분 중요
도 비교우위 강력 제시해야
지방분권 가치 확산 위해
거주민 공감대 형성 필요
일자리 창출·출산율 향상
인재 활약할 토대 마련 제시

■ 하야시 마사히사 교수는
1942년 일본 지바(千葉)현에서 태어나 미국 위스콘신주 웨스트밴드고교, 일본 도쿄 국제기독대학을 졸업하고 히토쓰바시대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와 와세다대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두 대학의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평화정책연구소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일본 내 재정학 분야 1세대 학자로 꼽히며 재정학과 조세이론(법인세) 분야의 권위자다. 2020년 국가 또는 공공에 대해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일왕이 수여하는 훈장인 ‘서보장’을 받았다. 한류와 한국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그룹은 소녀시대. ‘불멸의 이순신’과 ‘주몽’, ‘옥중화’도 인상 깊게 봤다.


하야시 마사히사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지방분권을 민주주의의 하나로 규정하면서도 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과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과정을 ‘싸움’으로 비유했다. 그만큼 중앙 집권적인 구조에서 지방자치로 권한과 재원이 넘어오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안착하려면 그동안 강원도가 해오지 않았던 국가 업무 중 무엇을 맡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가 확산되려면 실제 지역 주민들이 체감 효과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원년을 맞아 최근 춘천을 찾은 하야시 마사히사 교수를 강원연구원에서 만났다.

-강원도가 6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는 정치적인 가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중 하나의 버전이 지방자치다. 전쟁 전 일본은 중앙 집권적인 국가였다. 하지만 전쟁 후 반성을 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나가자는 필요성이 제기돼 지방자치를 도입하게 됐다. 영국 지방자치를 많이 공부했는데 로컬 데모크로시(Local Democrecy)도 결국엔 정치적인 가치다. 이를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지방자치이고 지방분권이다. 국가 전체의 유니티(통일성·Unity)도 중요하다. 어떤 업무를 국가가 하고 어떤 업무를 지방이 할 것인지 배분이 중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도 지금까지 맡아왔던 국가적인 업무, 그리고 강원도 차원에서는 하지 않았던 업무 중 어떤 것들을 해 나갈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와 지방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나눌 수 있나. 그래서 분권은 늘 갈등요소를 안고 있다.

“일본 기초자치단체 개념인 ‘시정촌(市·町·村)’이라는 게 있는데 메이지 시절에는 7만개 정도 있었던 시정촌이 현재는 18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이즈미 수상 시절에 시정촌이 할 수 없는 업무를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이 하고, 도도부현이 할 수 없는 업무를 마지막에 국가가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아무리 지방분권을 한다 하더라도 통화 문제, 단위 문제 등은 결국 국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치단체에 맡긴다 하더라도 국가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여전하다. 자치단체가 새로운 업무를 어디까지 할 지 분업이 필요하다.”

-일본의 특별자치도인 홋카이도(북해도·北海道)에 많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홋카이도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홋카이도를 선행적으로, 선도적으로 모델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홋카이도에 특수한 지위를 부여했다. 도도부에는 없는 권한을 홋카이도에게 줬다. 홋카이도도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낸 아이디어와 제안을 모아 홋카이도가 검토해 국가에 제안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는 이를 검토해 허가해준다. 일반적으로는 갖지 못하는 권한들을 홋카이도는 선구적인 도주제 모델로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7대3 정도다. ‘3할 자치’라고 표현하는데 일본은 5할 자치라고 한다.

“일본도 처음에는 한국과 비슷했다. 국가 업무를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재원도 함께 옮겨갔다. 원래는 국세를 받아 지방에 배분하는 형태였는데 이제는 교부금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5할 자치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이즈미 시절 삼위일체 개혁을 했다. 종교적 용어에서 차용했다. 첫 번째로 국가가 하는 업무 중 가능한 것은 지방으로 이양한다. 두 번째로 재원을 이양한다. 세 번째로 특정보조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교부세로 바꿔보자였다. 저항이 엄청났다. 국가 입장에서 권한과 재원을 다 줘버리면 자신들의 지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육도 초·중등은 시정촌에 맡긴다 치더라도 국가의 기관부처인 문부과학성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강원도가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업무를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가, 그리고 이 재원 부분은 어느 범위까지 담당할 것인지를 정하는 게 중요한데. 결국에는 다 싸움이다.”

-지방분권은 권력의 분배라기 보다 결국 주민의 입장에서 봐야한다.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일본도 보조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가가 자꾸 간섭을 한다며 지방에서 느끼는 불만이 많다.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각이다. 일본에서 도주제가 잘 추진되지 않는 이유는 국민들이 지금 상태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처럼 일부 지역을 모델로 만들고 있는데 홋카이도 사람들이 ‘정말 좋다’고 실감해주지 않는다면 확산되기는 어렵다.”

-강원도의 심각한 이슈 중 하나가 인구 소멸이다. 일본도 같은 고민 아닌가.

“내가 어릴 때는 세계 인구가 20억명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벌써 80억명이 됐고 이제 100억명이 되려고 한다. 인구와 관련된 현상들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소득노동정책이나 사회보장제도 등을 활용하고 75세까지 일하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전제 속에서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인구 저하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일본이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지방 창생, 지방 활성이다.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을 늘려 전체적으로 출산율과 결혼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에 집중 돼 있는 현상을 해소하면서 가능한 지방에서 경제활성화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인재가 활약할 수 있도록 지역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지방과 도시와의 연결 관계를 만들어 지방으로 사람이 몰릴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도시에서 지방으로 유턴하는 현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구 유입을 위해서는 교육정책이 중요하다. 강원도도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국제학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다면.

“일본은 도쿄에 국제학교가 집중 돼 있다. 바칼로레아(IB) 자격을 따야 일본의 대학 입시를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제학교를 확장시켜 나가려고 한다. 일본은 섬나라 성격이 강하다. 중국이나 한국을 보면 유학생들이 많이 나가고, 또 많이 들어오는데 일본은 그렇지가 않다. 국제성이 참 낮다.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다.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 있더라도 국제적인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특례를 발굴해야 할까.

“홋카이도의 예를 들어보자면 주류와 관련해서는 주세가 붙기 때문에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된다. 그런데 홋카이도는 이런 규제에서 다소 자유롭다. 지금까지 일반 농가에서는 주류를 만들지 못했는데 탁주나 와인, 청주를 만들 수 있도록 허가가 됐고 홋카이도는 지역의 특색을 활용해 여러 가지 술을 만들었다.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땅(강원도)의 비교우위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강력하게 국가에 제시해야 한다. 제도상 허용이 안되더라도 국가와 협의해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리/정민엽 jmy40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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