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AI가 바꾸는 결혼정보업" '모두의 지인'으로 깜짝 반란 일으킨 신민호·성지인 테키 공동대표
돈 써서 시간 사는 MZ세대 겨냥한 이색 서비스로 인기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사업이 있다. 결혼을 전제로 남녀를 연결해 주는 결혼중개업이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이 서로 소개하는 중매에 의존했지만 요즘은 결혼중개업관리법에 따라 결혼정보회사들이 이를 대신한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약 20년째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기존 방식에 익숙한 변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신민호(37), 성지인(38) 공동대표가 2019년 설립한 테키다. 이들은 결혼중개업을 바꿔 보고자 2020년 '모두의 지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들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한 '모두의 지인'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지난해 테키 매출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덕분에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영업이익을 내며 전통적으로 사람에게만 의존하던 결혼정보업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 논현로 테키 사무실에서 두 공동대표를 만나 비결을 들어 봤다.
AI가 문신까지 확인해 추천
신 대표가 기존 결혼정보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는 것이 만남 상대를 찾아주는 AI다. "로보 어드바이저로 부르는 AI가 회원 1만 명의 정보와 어떤 상대를 원하는지 선호도를 학습해요. 이를 토대로 키워드별 상생 점수를 계산한 뒤 가장 어울릴 만한 상대를 추천해요. 어울릴 만한 상대를 사람보다 빨리 찾죠."
AI가 학습하는 정보는 학력, 재산 현황, 키와 체중, 선호하는 상대의 나이와 이상형 등 자세하다. "다른 결혼정보회사들이 확인하지 않는 문신, 흡연, 음주량과 성격유형검사(MBTI)까지 학습해요. 결혼 상대의 문신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많아요. 문신이 너무 크거나 많으면 아예 가입이 안 돼요."
AI가 전부는 아니다. AI가 후보를 추천하면 상대에 대한 설명을 매칭 매니저들이 해준다. 즉 AI와 사람이 상호보완하는 관계다. 성 대표는 매칭 매니저의 역할이 AI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매칭 매니저가 일단 확인하고 상대에 대해 성격과 배경 등을 말로 설명해요. 말로 설명 들었을 때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죠."
매칭 매니저가 연애 상담해줘
매칭 매니저들은 다른 결혼정보회사에는 없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바로 AI가 할 수 없는 연애 상담이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하려면 상대방 마음에 들어야죠. 이를 위해 매칭 매니저들이 계속 연애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대부분 30대 매니저들이어서 MZ세대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죠. 그래서 회원 연령층이 25~39세로 젊은 편이에요."
매칭 매니저들은 만남 후기를 받는다. 이를 통해 양쪽을 분석하고 이 정보를 AI가 학습한다. "매칭 매니저들은 단순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만남이 이어지도록 결정적 역할을 해요. 이들은 양쪽 상황을 모두 알고 있어서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죠."
현재 테키는 10명의 매칭 매니저를 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7명의 커플 매니저도 있다. "매칭 매니저는 상대를 이어주고 연애 상담을 하며, 커플 매니저는 회원을 받는 일을 해요."
매니저들은 모두 여자다. "여성의 심리가 궁금한 남자들은 남자에게 연애 상담받는 것을 싫어해요. 여자들도 여자에게 얘기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죠."
TV까지 출연한 인플루언서 성 대표의 연애 상담
이때 중요한 것이 성 대표의 역할이다. 성 대표는 유튜브에서 연애와 결혼 상담채널로 유명한 '모두의 지인' 채널을 운영하는 유명인(인플루언서)이다.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채널과 서비스명 모두 성 대표의 이름에서 따왔을 정도로 그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2019년 개설한 채널 구독자가 약 33만 명이에요. 그중 상당수가 회원이죠. 제가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연애 방법을 알려주고 상담을 해주죠. MZ세대는 사소한 것들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좋아해 유튜브 채널의 역할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 영상팀과 영상 제작용 스튜디오까지 회사에 만들었다. 성 대표는 영상팀과 매주 회의해 주제와 내용을 결정한 뒤 주 2회 각 2시간씩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
엄격한 신원 확인과 심사 거쳐야 가입
신 대표는 AI와 매니저의 상호 보완 시스템, 성 대표의 유명 유튜브 채널이 상승 작용을 해서 만남 성사율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회원 조사 결과 AI 추천 만족도가 90%입니다. AI가 추천했을 때 지속 만남 가능성이 75%죠."
성 대표는 결혼 성사율도 높다고 자부한다. "회원 가입 후 6개월 내 연애로 이어지는 확률이 61.5%, 연애를 한 사람 중 1년 내 성혼율이 51%입니다. 회원 가입 후 결혼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0.6개월이죠."
회원이 되려면 홈페이지에서 프로필 작성 후 커플 매니저의 상담과 본인 동의 아래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 만약 허위사실이 발견되면 가입할 수 없다. "혼인 및 가족관계증명서, 졸업증명서와 재직증명서 등을 통해 이혼 여부, 가족 및 직장 관계, 학력 등을 확인해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은 자격증까지 확인하고,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부동산도 확인하죠."
신청한다고 무조건 회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조건, 즉 성사율을 감안해서 가입받아요.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매력도가 떨어지면 가입이 안 되죠.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직업 없는 남성은 가입할 수 없어요. 여자는 직업이 없어도 원하는 남성이 많아 가입돼요."
비용은 6회 만날 수 있는 기본 프로그램이 350만 원이다. 하지만 원하는 조건과 상대에 따라 몇 천만 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이상형 난이도에 따라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죠. 반대로 조건이 좋으면 비용이 낮아져요."
여기에 결혼으로 이어지면 별도로 성혼 사례비를 받는다. "매니저의 포상금으로 일부 지급되는 성혼 사례비는 최소 500만 원 이상입니다. 이 또한 상대를 찾는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죠."
설립 이래 흑자를 놓치지 않은 비결
이 덕분에 테키는 설립 이래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매출이 2021년 21억 원, 2022년 40억 원을 예상해요. 두 배 정도 뛰었죠. 영업이익률이 20%입니다."
여기에는 신 대표의 남다른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회사 설립 당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시절이 올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흑자를 내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 모토였죠. 자생할 수 없으면 사업을 접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를 위해 신 대표는 흔한 광고 한 번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케팅 비용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요. 대신 성 대표의 유튜버 콘텐츠에 집중했죠. 유튜브 채널 자체가 마케팅 창구가 됐어요."
투자도 받지 않았다. "돈을 버니 외부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죠. 다만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1억 원을 받았는데, 돈이 아쉬워서 받은 것이 아니라 신보에서 투자한 회사라는 명분 때문에 받았어요.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으니까요."
당분간 투자를 받을 계획도 없다. "지금은 투자 환경이 위축되다 보니 오히려 스타트업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시대죠. 그래서 투자받는 것이 의미 없습니다."
“HOT 뛰어넘은 BTS 되고 싶어”
원래 신 대표는 경희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LG디스플레이에서 8년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는 2017년 퇴사해 카팜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중고차 거래 사업이었는데 연간 거래액이 20억 원에 이를 만큼 잘됐죠. 내부 사정으로 창업팀이 해산하며 1년여 만에 접었어요."
이후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나 암호화폐가 급락해 문을 닫았다. "비트코인이 2,7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이 죽어버렸어요. 어쩔 수 없이 그만뒀죠."
2019년 창업한 테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사업이 바뀌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원래 원격진료 등 디지털 건강관리 사업으로 시작했어요. 주한미군 의무여단과 직계약 맺고 서비스를 개발했으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미군기지 출입을 할 수 없게 돼 사업이 종료됐죠. 그 바람에 친구 소개로 성 대표를 만나 6개월간 사업 준비를 하고 2020년 5월 결혼정보업으로 전환했어요."
성 대표는 9년 동안 결혼정보회사에서 커플 매니저로 일했다. 그만큼 이성의 만남과 연애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기존과 다른 결혼정보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신 대표와 의기투합했죠."
신 대표에게 결혼정보업은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혁신을 하고 싶었어요. 듀오가 20년째 1위를 하도록 달라진 것이 없는 사업이어서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이를 위해 신 대표는 직접 AI 서비스를 기획했다. 관련해서 4개의 특허를 취득했고 2개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모두 AI가 사람을 잘 연결시켜 주는 방법에 대한 알고리즘 특허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결혼정보업계 1위다. 신 대표는 이를 BTS에 비유했다. "HOT를 뛰어넘은 BTS 같은 회사가 되고 싶어요. 올해 상반기 중 앱을 내놓고 MZ세대 취향에 맞는 소모임을 확장하고 싶어요."
특이하게도 이들은 비혼주의가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아도 연애를 하고 싶어 하죠. 대신 시간 낭비하지 않고 뜻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결혼정보회사를 찾아와요. MZ세대는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고 돈 써서 시간 사는 것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비혼 경향이 강할수록 사업에 도움이 되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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