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사진, 늦었고 미약하나 가야 할 길

조선일보 2023. 1. 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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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달 상공에서 다누리가 촬영한 달 지표와 지구 영상 일부를 3일 공개했다. 1968년 미국 아폴로 8호가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찍어 보낸 지구 사진과 흡사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궤도에 진입한 한국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달 상공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1968년 미국 아폴로 8호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찍어 보낸 지구 사진과 흡사하다. 달돋이(月出)가 아니라 달 표면에서 우리 행성이 떠오르는 그 유명한 ‘지구돋이’ 사진은 우주 탐사를 향한 인류의 꿈과 염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55년 뒤 우리 장비와 기술로 이를 재현한 것이다. 다누리 발사는 미국 발사체 힘을 빌렸지만, 달로 가는 궤적 설계부터 탑재 과학 장비들은 국내 기술진의 작품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늦었고 반쪽이기는 하지만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낀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누리호는 달로 직진한 게 아니라 태양,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해 거대한 리본 모양을 그리며 총 600만㎞를 비행하는 BLT(탄도형 달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을 활용해 달 상공에 진입했다. 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이 4개월간 궤적 수정 작업을 통해 한 치 오차도 없이 목표했던 달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것은 우주 선진국들도 어렵게 여기는 고난도 작업이다.

다누리호가 보내온 달과 지구 사진 역시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찍은 것이다. 다누리호에는 천문연구원의 편광 카메라, 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분광기, 경희대의 자기장 측정기, 전자통신연구원의 우주 인터넷 장비 등도 실려 있다. 이 장비들은 2030년 달에 착륙할 착륙선의 탐사 후보 지역 선정, 달 자원 탐색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다누리호가 수행할 과제 중에는 달에서 문자와 파일 동영상을 전송하는 우주 인터넷 시험이 포함돼 있는데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행성 간 인터넷 통신’이 된다고 한다.

다누리호의 성공으로 한국도 지구 궤도 너머의 심(深)우주 탐사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한국은 인공위성, 우주 센터, 우주 발사체라는 우주산업 3대 핵심 기반을 모두 확보했다.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경쟁력은 크게 뒤지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향후 우주 개발 경쟁에서 달의 선점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달은 중력이 약해 적은 연료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어 화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 탐사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달은 희토류, 헬륨-3, 티타늄 등 지구에 부족한 희귀 광물이 다량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달 영토 경쟁도 시작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주 산업 규모가 2020년 4470억달러에서 2040년 27조달러(3경5000조원)로 20년 내에 60배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만이 아니다. 우주는 안보의 생명선이 되고 있다. 우주에서 정찰하고 감시하고 타격하는 시대가 곧 온다. 여기에 뒤처지면 안보가 무너진다. 우리 군도 고체 연료 발사체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발사체 회수와 재활용 기술, 더 무거운 위성과 탐사선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기술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너무 높다. 하지만 무수한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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