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한국판 민주주의재단 설립은 어떤가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2023. 1. 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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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주주의 강화 돕는 美 민주주의재단(NED) 같은
독립적 비영리 단체 설립해 북한 인권 문제 다루고
러·중의 민주주의 압박에 강력한 목소리 내야

워싱턴 사람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인상을 물어봤더니 주로 세 가지 답변이 나왔다. 첫째, 미국과의 동맹 결속을 강력히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전 정부가 김정은과의 돈독한 관계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해 강경해 보인다. 셋째,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런 답변은 실제 모습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국토교통부, 환경부)를 주재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동맹 강화 방침은 취임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 때 충분히 드러났다. 작년 12월 초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자 관계뿐 아니라 한미 양자 관계를 강화하려는 열망은 명확했다. 대북 강경주의자란 측면에서 취한 대북 특별 제재도 주목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소위 담대한 제안이라고 불리는, 대북 경제 인도적 관여 계획을 제안하면서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지난 정부와는 다르게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바이든의 관점과 일치한다. 게다가 김정은에게 아부하려 들지 않는 태도, 문재인·트럼프 재임때 심각하게 쇠퇴했던 한미 군사연습을 재개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인해 강경주의자라는 인상은 더 강해지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약속은 잇따라 서방의 주목을 받았다. 외신은 윤 대통령이 5월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서른다섯 번 사용한 것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자유”라고 말했다. 광복절 기념축사에서도 다시 자유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이야기했다. 9월 유엔 총회에서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지난 대선 운동 기간 중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처음 지켜봤다. 주제는 외교 정책이었는데, 상대편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부터 기후변화에 이르는 정책 리스트를 언급하며 자신의 외교정책 지식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풍성한 목록을 선보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정책 이슈를 나열하지 않고, 자신이 대외정책 전문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그가 대외정책에 관여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떤 현안에서든, 대통령으로서의 정책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리더십 하에 한국이 가치 기반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윤 정부는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지했다. 대만의 민주주의 수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인권대사를 지명하면서 전향적인 인권 수호 의지를 나타냈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한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가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할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윤 정부는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 비견될 수 있는 한국판 NED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나는 NED 이사를 맡고 있다). 레이건 집권기인 1983년 설립된 NED는 세계의 민주주의 단체를 성장·강화하는 데 이바지해온 독립적 비영리 재단이다. 민주주의와 시민 자유를 돕는 비정부기관 및 개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연간 2000건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NED는 후원 대상이 반드시 미국을 닮아야 한다고 기대하지 않으며, 법치와 인권, 언론 자유를 존중하는 시민사회 건설을 지원한다.

윤 대통령이 설립할 수 있는 한국판 NED는 임무나 기금 마련 방식(미국 NED는 의회로부터 지원받는다)에서 미국 NED와 꼭 같은 방식을 모색할 필요는 없다. 개발원조에 주력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다른 임무를 가질 것이다. 필수 임무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공격할 때, 중국이 홍콩과 대만의 민주주의를 압박할 때, 북한이 자국민의 인권을 짓밟을 때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강력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한국이 그런 기회를 놓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범이다. 현 대통령은 국가의 핵심 가치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한국은 미국 및 여러 나라들과 함께 올해 3월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는 한국판 NED 설립 의도를 발표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 될 수 있다. 한국판 NED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춘 현 정부의 가장 큰 유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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