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뭐라고요?” 반문하던 세계음악계, 이젠 “협업합시다”
집단 창작 방식으로 함께 만들어
K팝의 만개로 달라진 건 수출액만이 아니다. 전 세계 작곡 인재들이 최근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대다수 K팝 기획사는 여러 작곡가가 모여 작곡하는 ‘송캠프(song camp)’ 방식으로 곡을 만든다. 1990년대 프랑스, 미국 등에서 처음 시작된 작법. 국내에선 음반 기획사 SM이 2009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채정희 SM A&R 수석은 “과거엔 우리가 직접 해외로 나가 협업을 요청했지만, 이젠 ‘SM 스타일 곡’을 만들어 협업을 요청해오는 작곡가가 많다”고 했다. 통상 한 달에 2번, 약 4일 동안 서너 팀의 작곡가들이 SM을 방문해 10~15곡을 만든다.
지난달 15일 서울 성수동 SM 송캠프 스튜디오에서 만난 해외 작곡가 4명도 “K팝은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이자 모든 작곡가가 쓰고 싶어하는 장르”라고 했다. 2010년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 때부터 K팝 작업에 참여한 노르웨이 작곡가 앤 주디스 스토크 윅은 “10년 전 K팝 히트곡을 아무리 써도 주변에서 ‘K 뭐? 그게 뭐야?’ 했지만, 이젠 K팝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악이다. 서양 뮤지션이 K팝 스타의 피처링 덕분에 빌보드 차트 1위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K팝의 인기 요인으론 ‘남다른 리듬’을 꼽았다. 앤은 “한국어는 영어보다 음절이 더 많아서 독창적으로 들린다. 또 K팝 그룹은 인원이 많아 곡마다 각 멤버만의 장면이 존재한다. 매우 매력적”이라고 했다.
“오늘 나도 K팝 스타일로 차려입었다”고 말한 영국 작곡가 바비 루이스는 “K팝 뮤직비디오를 보면 ‘돈이 얼마가 들었을까. 나도 저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해’가 먼저 떠오른다. 뛰어난 퍼포먼스와 패션 스타일, 거대 자본을 지속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투자하는 소속사 시스템도 K팝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K팝은 이제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해외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문화’ 결집체가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새해의 K팝은 록(Rock)과의 결합이 유행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3년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작곡에 참여한 로니 스벤슨이 말했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록의 르네상스’가 대세다. K팝은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늘 더 진화된 작품을 내놓는다. K팝은 서구 문화의 대안이자 환기(refreshing)시켜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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