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호강이 꿈이었던 박수홍 “2세 낳고 제일 잘하는 ‘사랑꾼’ 되겠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반지하 집. 1년 내내 볕도 들지 않았다. 집이라기엔 방 한 칸이 전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다섯 가족이 옮겨 살아야 했던 곳이다. 그전에는 동네에서 ‘꽤 산다’는 소리를 들으며 남부러울 것도, 이렇다 할 꿈도 없던 중학생 박수홍에게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기’. 미용 일로 생계를 이끄는 어머니가 종일 서서 일하느라, 밥 한술 물 말아 뜨다 말다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밤 퇴근길을 지켜준 것도 둘째 아들 박수홍이었다. 미용실 셔터를 내리고 언덕길을 함께 오를 때 어머니의 숨이 거칠었다. “파마 약이 독해서였는지, 다리가 퉁퉁 부어서 그러셨는지, 당신 연세가 지금의 저보다 열 살은 젊으셨을 텐데 힘겨워하시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잘살게 해 드릴게요”라며 웃던 아들은 지금 아내의 손을 잡고 말한다. “사랑합니다. 목숨 걸고 사랑할게요.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거, 평생을 해온 거니까.”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조선의 사랑꾼’(매주 월요일 밤 10시)에서 아내 김다예씨와 함께 출연한 개그맨 박수홍(52)은 최근 본지와 만나 “‘조선의 사랑꾼’이란 프로그램 이름에 반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그 사랑꾼이 바로 접니다(웃음).” 지난 12월 23일 치른 결혼식 장면은 사흘 뒤 처음 방송된 ‘조선의 사랑꾼’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청률은 6.1%, 최고 시청률은 8%(닐슨 수도권 기준)까지 오르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둘의 결혼식은 지난 2021년 7월 혼인신고를 한 지 1년 5개월 만. 결혼식에는 방송인 유재석, 김국진, 김용만, 지석진, 박경림을 비롯해 사회를 본 손헌수와 붐, 축가를 부른 이찬원을 비롯해 인디그룹 ‘멜로망스’의 김민석, 김호중 등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가난 탈출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였어요. 고등학생(숭문고) 때는 우유 배달, 신문 배달도 했어요. 학원비도 마련하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했지요.” 스물한 살이던 1991년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7기 KBS 공채 개그맨으로 발탁됐다. 십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어떤 역할이든 손부터 들었다. 성실하기로는 남 못지않았던 개그맨 공채 동기 김국진(57)조차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 물었을 정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던 20대였던 거 같아요.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을 때요? 우리 집이 생겼을 때요.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반지하를 벗어나는 게 꼬박 10년이 걸리더라고요. 부모님을 위해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해 드렸을 때, 드디어 제 방이 생겼을 때 ‘다 이뤘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제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던 그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4년 전 아내 김다예(29)씨를 만나면서부터. 그에게 ‘사랑꾼 본능’을 다시 일깨워줬다. “아내는 항상 저를 격려해줘요. 작은 일이라도 ‘오빠 진짜 최고’라며 기뻐해주거든요. 성공이라는 게 별 게 아니구나, 내 작은 성공을 이렇게 인정해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게 바로 성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배운 건 또 있다. ‘박수홍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습관적으로 항상 누군가에게 먼저 내어줬거든요. 상대가 부모님이든 누구든…, 좋아하는 닭다리도 바라만봤었지요. 그걸 아내가 가르쳐줬어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요.”
그에게 요즘 다시 꿈이 생겼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는 것. 유기묘 고양이 다홍이와, 또 지금 곁을 지켜주는 아내와 함께 번듯한 가족을 이루려는 소망이다. “아이요? 저보다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닮아야겠지요. 하하.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어요. 단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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