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4] 고흥 감태지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1.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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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면 나타났다가 봄바람이 불면 사라진다. 섣달부터 정월까지가 맛이 좋다. ‘자산어보’에 ‘맛이 달다. 초겨울에 나서 갯벌에 자란다’고 했다. 전라도에서 겨울철 김치를 담가 먹는 가시파래로 지역에서는 감태(甘苔)라 부른다. 겨울철 해조류로 매생이, 김과 함께 삼총사로 꼽는다.

/김준 제공감태를 매는 어민.

모두 갯벌, 바위, 나뭇가지 등에 포자가 붙어 자란다. 그중 감태는 녹조류로 엽체가 매생이보다 굵고 파래보다 가늘다. 수온이 올라가면 엽체가 거칠고 노랗게 변해 갯벌에서 사라진다. 서해의 가로림만·탄도만·함해만, 남해의 여자만·득량만 등 내만에 많다. 강하구 갯벌에도 서식하지만 강과 바다를 잇는 물길이 막히고, 도심 확장, 공장 및 항만시설 건설로 서식지가 크게 줄었다.

/김준 제공말려서 보관하는 감태.

겨울 가뭄이 심하거나 날씨가 따뜻하면 좋은 감태를 얻을 수 없다.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 적절한 강우량과 추위가 더해져야 감태가 잘 자란다. 고흥에는 과역면과 영남면 일대의 갯벌에서 주민들이 감태를 채취한다. 특히 영남면 해창만 입구에 위치한 사도, 취도, 첨도 일대 갯벌에 감태가 자란다. 과역장이나 고흥장 등 고흥의 오일장이나 시장에서 감태를 만날 수 있다.

/김준 제공감태가 자라는 고흥 영남면 갯벌.

무안이나 서산 지역의 수산시장이나 오일장에서도 볼 수 있다. 감태를 채취하는 것을 ‘맨다’라고 한다. 허리를 굽히고 맨손으로 감태를 뜯는 것이 마치 논이나 밭에서 풀을 매는 것과 같다. 감태가 많이 자라는 어촌에서는 겨울에 주민들이 함께 채취해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갯벌에서 뜯어 바닷물에 씻어 펄을 제거하고 민물에 다시 세척한 후 작은 돌이나 조개껍질 등 이물질을 골라내야 한다.

/김준 제공고흥 감태지.

걷기도 힘든 갯벌을 오가며 추위 속에서 채취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조리는 간단하다. 우리 장에 깨와 고춧가루와 참기름 등 양념으로 무친다. 김치가 그렇듯이 집집마다 감태지 맛이 다르다. 간단할수록 손맛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감태지는 곧바로 먹어도 좋지만 며칠 지나 숙성이 되어도 좋다. 최근에는 김처럼 건조한 생감태와 구운 감태를 만들어 김밥처럼 싸 먹기도 한다. 첫 맛은 쌉쌀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맛이 달착지근하다. 밥상에 화려한 주연은 아니지만 겨울이면 생각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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