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루비니·스밀·와인스타인… 2023 새 책을 주목하라

윤상진 기자 2023. 1.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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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판사 10곳 올해 기대작 10권

책은 한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자 이정표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 도서가 많이 팔리고, 삶에 지친 사람이 많을수록 소소한 위로를 담은 힐링 도서의 판매량이 증가한다. 2023년 우리 사회의 지식 트렌드는 어떻게 나타날까. 국내 주요 출판사 10곳의 출간 리스트와 편집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네 가지 큰 흐름으로 정리했다. ▲심화되는 경제위기 ▲우크라 전쟁 이후 국제정세 ▲환경위기 ▲마이너리티(소수자)의 자기 서사다.

◇사라진 ‘재테크 붐’, 경기 침체를 대비하라

네 가지 신간 트렌드 중 최대 관심사는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 작년 시작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불황기의 대비책을 담은 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10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선 관련 도서가 도드라졌다. 프린스턴대의 경제사학자 해럴드 제임스가 세계화와 경제위기에 대해 쓴 책 ‘Seven Crashes’(7의 충돌), HSBC 연구원 출신 저자가 쓴 인플레이션 서적 ‘We Need to Talk About Inflation’(인플레이션을 논의해야 한다)가 저작권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2023 분야별 신간 트렌드

글로벌 경제 위기의 파도는 국내 출판계에도 이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책 ‘초거대위협’(한경BP)이 2월에 출간된다.부채 증가와 물류 위기 등 10가지 위협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해 쓴 책. 김종오 한경BP 편집자는 “올해는 거시경제 관련서가 양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역사적 접근을 통해 경제위기를 진단하는 등 질적으로도 새로운 접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이 외에도 금리 변동에 따라 세계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지를 설명한 ‘금리의 역습’(위즈덤하우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파헤친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세종서적) 등이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를 끈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페이지2북스), ‘더 찬스’(21세기북스) 등 거시경제 관련 서적들의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쟁 이후의 국제 정세: 일촉즉발의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분석은 올해도 가장 주요한 주제이다. 출판 저작권 에이전시 ‘듀란킴’의 김두환 대표는 “최근 국내외 판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장르 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직접 대만에 방문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골은 더욱 깊어졌다. 작년 큰 관심을 받은 ‘제국의 충돌’(글항아리),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사이드웨이)처럼 미 ·중 간 권력 관계를 다룬 도서가 더욱 많이 출간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부키 출판사에선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벡클리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쓴 ‘위험 지대’(가제)가 출간된다. 미국이 장기화되는 미중갈등에 대처하기 위해 보편주의에서 탈피해 비공식적인 경제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반도체 전쟁’(가제)은 터프츠대 국제사 교수인 크리스 밀러가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중 양국이 빚어왔던 갈등과 미래를 조명한다.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도 키워드다.민음사에선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 아데나워, 드골, 닉슨, 대처, 리콴유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지도력에 대해 평가한 ‘리더십’이 출간된다.

◇식량, 환경, 에너지... 기후 위기에 더해진 복합 위기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어크로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마크 라이너스) ‘화이트스카이’(쌤앤파커스)... 작년 환경 서적 중엔 유독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기후 위기를 넘어 삶의 실체를 위협하는 환경문제를 다룬 책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민음사 신새벽 인문사회팀장은 “이전까진 환경문제에 감정적이고 당위적으로 접근하는 책이 많았다면, 최근엔 탄탄한 근거를 기반으로 식량, 에너지 위기를 풀어내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물리학자·기후학자·해양학자·철학자 등 각계 전문가 100명을 모아 환경문제를 다방면으로 짚어낸 ‘기후 책’(김영사)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김영사는 환경과학자이자 ‘빌 게이츠가 꼽은 작가’로 불리는 바츨라프 스밀이 에너지·식량·인구 등 7가지 주제를 통해 지구가 직면한 현실을 드러내는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마이너리티 서사의 확장, ‘우리도 씁니다’

‘소수자 서사’는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이후 더욱 큰 인기를 얻은 주제. 올해엔 소수자들이 자기 삶을 성찰하는 내용의 책들이 연이어 출간된다. 인문·교양서적 전문 출판사‘읻다’의 김현우 대표는 “최근 인문 교양 분야에서는 장애인이나 이주 노동자 등 사회 소수자들의 고백 서사를 담으려고 하는 흐름이 강세”라고 말했다.

김영사의 출간 예정작 ‘손으로 귀로 세상을 보다’는 두 살에 시력을 잃은 일본 언어학자가 자신이 세상을 이해한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는 만성질환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영국 여성 시인 빅토리아 베넷의 자전적 에세이 ‘나의 모든 자연의 어머니들’(가제)이 나온다. 휴머니스트에선 흑인 여성 최초로 입자물리학 교수가 된 챈다 프레스콧 와인스타인이 유색 인종 여성으로서 과학계에서 겪는 차별에 대해 쓴 ‘무질서한 우주’(가제)가 출간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올해 출판계 전망을 ‘위기’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그는 “그간 코로나 이슈에 덮여있었던 경제·국제정치·기후 위기가 앤데믹 국면에서 가시화된 영향”이라며 “현실의 위기를 분석한 책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성찰하게끔 하는 심리·처세술 관련 도서 또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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