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송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법관의 일' 저자 2023. 1.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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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한상엽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유한한 삶의 조건을 기분 좋게 일탈한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나로밖에 살 수 없고,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드라마는 오너 일가의 지시에 따라 ‘영혼 없이’ 살아온 40대 중년 회사원 윤현우가 눈앞의 파멸을 앞두고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의 삶으로 회귀하는 것이 주요 내용. 영화 ‘박하사탕’에서 굴곡진 역사를 거쳐온 40세의 영호가 다가오는 기차 앞에서 ‘나 이제 돌아갈래!’의 절규와 함께 지난 삶으로 돌아가는 것과 닮았다.

누가 사십 대를 불혹의 계절이라 했던가. 사십 대는 새로운 일에 미혹되는 일은 없을지라도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 밀려와 요동치는 시절이다. 새로운 일에 끌리지는 않아도, 오래된 일에 여한이 남는다. 그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여기며 은밀한 회귀를 바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담담히 일러주듯이, 우리네 인생에 회귀란 없다. 단지 돌이킴, 즉 참회만이 있을 뿐이다. 참회는 단지 과오를 반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신이 처음 시작했던 지점으로 되돌아가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이를 되찾는 일이다. 책을 다시 읽을 때 깊고 풍부한 의미가 드러나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삶을 추체험하는 가운데 놓쳐버린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어쩌면 ‘지금 여기’가 훗날 당신이 회귀하고 싶어 할 특정한 지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었다고 믿는다면, 지금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 깨닫게 될 무언가로 후회 남을 삶을 지금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 아닐까. 그렇다면 남은 희망은 미처 깨닫지 못한 그 무언가를 선취하는 것이다. 고로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 아니 국밥집 첫째 아들 윤현우가 새해 벽두 우리에게 비춰주는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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