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티의 유럽 통신] 새해에도 계속되는 우크라 전쟁… 국경 유지 전제로 출구전략 찾을 수도

프란체스코 알베르티 이탈리아 저널리스트·前 마이니치신문 기자 2023. 1.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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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맞서 EU 공동 안보 강화,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신청
佛 마크롱 재선 성공, 英과 이탈리아선 첫 비백인·여성 총리 탄생
러·우크라 협상에 실패할 경우, 전례 없는 고통 몇 년 더 이어질 것

2023년이 시작됐다. 지난해 유럽과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올해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가 중요 관심사다. 2022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1990년대 초 구유고슬라비아 사태 이래 유럽은 큰 국경 분쟁을 겪은 적이 없다. 그러나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소모전이 1년여 지속됐다. 이 전쟁으로 전 세계에 사회·정치·경제적 파급효과가 미쳤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각국 정부들은 대안 공급자를 찾기 위한 쟁탈전을 벌여야 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하면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식량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전쟁으로 EU(유럽연합) 차원의 집단 방위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3월 EU는 전략적 나침반이라는 공동 안보 전략을 채택했다. 2030년까지 EU의 안보와 방위를 증가하는 로드맵이다. EU는 전쟁 방지와 안보 강화를 위한 예산외기금인 유럽평화기금 중 31억유로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르펜은 반EU·친푸틴 행보를 보인 위협적 인물로 간주됐기에 마크롱의 승리는 프랑스와 유럽과 서방세계에서는 안도할 만한 일이었다. 마크롱은 EU의 기초가 된 프랑스-독일 동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중재역에 노력하는 와중에도 푸틴과는 명확하게 거리를 뒀다.

2차 대전 이래 대외 정책의 핵심으로 중립을 유지해왔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지난해 5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 신청을 했다. 30개 전 회원국 의회가 가입 절차를 비준하면,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회원국이 된다. 가장 큰 장애물은 튀르키예의 승인 여부다.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에 대해 테러 용의자의 추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12월 19일 스웨덴 대법원은 튀르키예 언론인 불렌트 케네스의 추방에 제동을 걸었다. 튀르키예 당국은 케네스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반체제 성직자 페트훌라 귈렌이 막후 역할을 한 2016년 쿠데타 기도에 참가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결정 다음 날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는 튀르키예가 군사·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종국에는 절차를 비준할 것으로 관측한다.

영국 정치는 기상이변만큼 혼란스러웠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코로나 팬데믹은 2016년 브렉시트 이후 집권당의 실망스러운 경제·정치적 실적을 더욱 커보이게 했고, 이는 두 달 새 세 총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정치 불안정, 낮은 생산성, 치솟는 공공지출 등 자국 상황을 지적하며 이탈리아에 빗대 ‘브리탤리(브리튼+이탤리)’라고 부를 정도였다. 임기 중 코로나 봉쇄 조치 위반 등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보리스 존슨은 각료들의 집단 사임과 보수당 내 사퇴 요구에 직면한 뒤 물러났다. 후임으로 보수당 의원 리즈 트러스가 취임했으나 506억달러 규모의 감세 패키지가 유발한 파운드화 폭락으로 최단명 총리 기록을 세우고 사퇴했다 그 뒤를 이어 인도계 후손이자 첫 비백인 총리인 리시 수낙이 10월 취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재임기 재무장관을 지내며 정치 경험이 노련한 그가 분열을 봉합하고 경제를 회생시키고 브렉시트 이후 EU와 둘러쳐진 담장을 수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그의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

9월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우파 연정의 주축 이탈리아 형제들의 당수인 조르자 멜로니가 선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우파 연정이 상원 200석 중 115석을, 하원 400석 중 237석을 얻는 완벽한 승리를 거둔 뒤 10월 취임했다. 그러나 올해 예산안을 보면 집권당이 선거 때 공약했던 상당수가 설익은 약속이었음을 말해준다. 가령 선거 전 유세에서 멜로니는 EU 차원의 코로나 대응 프로그램인 국가회복탄력성계획(NRRP) 집행에 변화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7500억유로 규모 NRRP의 절반은 대출로 충당된다. 그러나 NRRP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대한 NRPP 계획은 당초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11월엔 세계 시선이 월드컵 개최지 카타르로 쏠렸다. 카타르가 대회 유치를 위해 FIFA를 뇌물로 매수했다는 의혹, 경기장 건설 현장의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제한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경기들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12월 카타르는 다시 유쾌하지 않은 뉴스로 등장했다.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스 당국은 유럽의회 부의장인 에바 케일리 부부 등 네 명을 수뢰 혐의로 기소하고 현금 150만유로를 압류하고 통신기기를 몰수했다. 카타르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정치적 추문으로 정치인, 로비스트, 공무원과 그들의 가족 등 60명 이상이 유럽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수사 뒤 첫 유럽의회 회의에서 로베르타 메촐라 의장은 카타르와 관련된 모든 협정 절차의 중단을 발표했다. 유럽의회는 카타르와 여행비자 면제협정과 항공 환승협정 체결 표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몇몇 회원국은 협상 과정이 카타르 측에 너무 유리하다고 비판했었다.

2023년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모든 것들이 우크라이나전 진행 상황에 달려있다. 신속한 종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익명을 요구한 나토 외교관은 전쟁 발발 직전 국경 수칙이 유지된다면 종전 협상을 낙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림반도 문제는 양측의 출구 모색을 위해 잠재적으로 동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는 수십년래 본 적이 없는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빈부격차 증대에 따른 심각한 사회적 분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안을 찾는다면 각국 정부들은 한숨을 돌리게 될 것이나,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몇 년간 더 고통스러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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