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따라 하면 부처님 될 수 있다” 800년 전 도겐 선사 ‘정법안장’ 완역
보광 스님, 30년간 번역 대장정
“불교 선종(禪宗)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책이지만 800년 전 당시 일본어로 쓰인 데다 내용이 난해해 그동안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30년간 학부생·대학원생 266명과 일본어로 읽고 번역하면서 학부생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할 때 원고를 출판사로 넘겼습니다.”
일본 조동종을 연 도겐(道元·1200~1253) 선사의 역작 ‘정법안장(正法眼藏)’을 30년 만에 완역하고 역주와 해설을 붙인 ‘역주 정법안장 강의’(전 12권)를 완간한 보광 스님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정법안장’은 송나라에 유학한 도겐 선사가 당시의 선어록(禪語錄)과 선원의 수행 방식, 문화, 규율, 의례, 가람(사찰 건물) 배치 등을 총망라한 책. 모두 95주제에 걸쳐 보고 듣고 체험한 중국 선종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정법안장’은 선(禪)불교가 추구하는 바른 안목에 대한 깨달음이란 뜻이다. 당시 일본 불교는 경전 공부 위주였다. 도겐은 일본 불교에 선(禪)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책은 도겐이 강의한 내용을 제자들이 몇 십 년에 걸쳐 정리해 펴냈다.
보광 스님은 1980년대 초 일본에 유학하면서 ‘정법안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일본 불교는 황실과 엘리트 위주의 임제종과 서민 중심의 조동종 등 종파가 있는데 ‘정법안장’은 조동종의 기본 텍스트였다. 내용은 화장실 청소법, 음식 관리법 등 선원 생활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꼼꼼히 정리돼 있고, 선어록도 중국 측 기록에는 빠진 부분이 촘촘히 기록돼 있다. 800년 전 중국 선불교의 전모를 간직한 ‘타임캡슐’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 책의 명성은 자자했다. 성철·서옹·혜암·법전 스님 등 선사들의 법문에도 자주 등장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장을 지낸 원철(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스님은 “출가 후 일타 스님이 계시던 해인사 지족암, 불필 스님이 계시는 금강굴에서 ‘정법안장’이 꽂힌 것을 보고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원철 스님은 이 책의 4·5권 번역에 참여했다.
보광 스님은 “이 책은 한마디로 800년 전 일본에서 ‘부처님을 닮아가자는 운동’의 텍스트였다”며 “수행하는 자세뿐 아니라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부처님처럼 하면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목적으로 만든 책”이라고 했다. 보광 스님은 간담회에서 “금생(今生)의 화두를 마친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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