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 정부가 사활 건 농정과제는 ‘쌀값정상화 저지’인가
계묘년이 밝았다. 아무래도 윤석열 정부는 올해 최대 농정과제로 ‘쌀값 정상화 저지’를 택한 것 같다. 새해 벽두부터 양곡관리법 통과를 가로막기 위해 집중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거부권 1호 법안’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로 직행할 수 있도록 부의 요구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앞서 10월19일,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미 법사위 심사 기간인 60일을 경과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에 막혀 상정조차 쉽지 않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과 관련 절차에 따라 ‘쌀값정상화법’이 장기간 표류되는 것을 방지하고,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법사위 정면돌파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쌀값 정상화’를 향한 길이 왜 이리도 고달픈가.
우선 윤석열 정부는 양곡관리법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앞장서 정권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생산해내고, 이것이 객관적 데이터로 포장된 채 반대를 위한 논리로 앵무새처럼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과 책무는 내던진 채, 농민에게 과잉생산의 책임과 쌀값 폭락의 결과를 전가하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는 농민단체를 갈라치며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가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홍보전위부대가 되어 현장의 외침과 동떨어진 기자회견을 자행하고 있다. 소수의 의견이 농업계 전체의 목소리인 양 호도되고, 농민단체의 입장과 현장 농심의 간극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은 새로울 게 없다. 변동직불제와 쌀 목표가격 폐지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시장격리는 법률과 고시에 그 요건이 이미 정해져있다. 그동안 정부가 방기해온 임의규정을 지키자는 게 취지이다. 그런데도 총력을 다해 막겠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양곡관리법은 쌀 생산조정 병행을 통한 ‘시장격리 일상화가 아닌 최소화’가 목적이다. 즉 재정당국의 개입과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농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지, 매년 시장격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따라서 “쌀 관련 예산 증가로 다른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투자 재원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농민에 대한 겁박이나 다름없다.
최근 여당이 대놓고 양곡관리법을 ‘이재명하명법’ ‘양곡공산화법’으로 덧칠하며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의원 7명이 대표발의했으며, 대부분 이재명 대표 이전에 발의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양곡관리법에 반대한다면, 농민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 정권은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45년 만에 최대 쌀값 폭락이라는 사태를 겪었다. 일회성 땜질이나 뒤늦은 협상만으로는 과도한 예산 낭비, 반복되는 과잉생산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농민의 희생이라는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아프게 깨달았다.
쌀값이 무너지면 지방소멸은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쌀값은 농민이 지켜온 자긍심이자 자존심이다. ‘쌀값정상화법’은 농민의 터전을 지키고, 지방을 떠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며,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자는 절박한 호소다.
30여년간 지겹도록 반복된 쌀값 전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곪은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농정개혁의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의 ‘과장된 우려’와 ‘정쟁의 굴레’를 돌파해야 한다.
쌀값을 지켜야 지방이 살 수 있다. 50만 농가가 생산하고, 5000만 국민이 소비하는 생활필수품인 쌀의 수급과 가격관리는 모두의 공생을 위한 길이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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