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아티스트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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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도모할 시대가 왔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어난 현실을 눈앞에 두고,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지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 대학가에서 심심찮게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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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도모할 시대가 왔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어난 현실을 눈앞에 두고,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지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 대학가에서 심심찮게 돌고 있다. 드라마 ‘재벌가 막내아들’ 속 대사를 되뇌어 볼 필요가 있다. “내년도 매출 목표는 잡았나, 매출 목표는 얼마고?” 진양철 회장의 질문이다. 진도준이 인수한 순양백화점 사장의 답변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가구 매출과 직결되는 출산율, 혼인 가구 비율 등 각종 지표가 매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습니다”며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답변한다. 이에 진 회장은 “눈이 어두워가 하나는 비이고, 하나는 영 안 비이는 가베. 사람 머릿수는 준다캐도, 1인 가구 수는 계속 쭈욱 는다카데. 그라모 집집마다 제우 하나씩 팔아묵는 소파를 방방마다 하나씩 팔아묵는 세상이 온다는 말 아이가?”라며 백화점 사장의 단견을 비난한다.
이 논리를 대학 사례에 적용해보자. 학령인구가 줄고 있지만 또 다른 출구가 있지 않은가?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노령인구의 상당수는 학교의 이름값(name value)을 따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며, 강좌가 자신들의 수요에 맞게 개설되느냐 여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필자는 몇 년 전에 부산가톨릭대학교에 개설된 ‘라틴어’ 강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수강층은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령층이 중심이었다. 과연 라틴어의 무슨 쓸모가 그들에게 있었을까? 말 그대로 ‘무용성(無用性)’의 ‘쓰임’에 착목한 강좌 개설이다.
대학은 실용성을 중심으로 강좌와 학과의 존폐가 결정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라 해야겠다. 하지만 평생 대학교육은 무용성의 쓸모에 눈을 돌려보기를 바란다. 새 정부 들어서 마음에 드는 정책 결정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지만, 세밑에 찾아온 뉴스 하나가 반갑다(국제신문 12월 29일 자 기사). ‘재학생이 아닌 일반 성인도 대학이 개설하는 비학위 과정을 수강해 학위를 취득하는 길이 열린다. 30~50대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상담과 휴직제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에 더해 필자는 연령제한을 두지 않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대상에게는 한국장학재단의 지원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지난 학기 수강한 학생 중 65세 만학도가 있었다. 그를 지도하는 정현정 교수(김해대 사회복지상담과)는 만학도가 많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복지 상담이 정년이 없는 직업이기도 하고, 노노(老老)케어·노노 상담이 대세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한때 살기가 팍팍했다. 그때 후배로부터 ‘아티스트 웨이(Artist’s Way)’라는 책을 소개받고, 그 책이 시키는 대로 했다. 책의 부제처럼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A Spiritual Path to Higher Creativity)’에 참석한 것이다. 그리고 이 교재를 갖고 대학생들을 위한 정규 강좌를 열기도 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생교육 현장에서 이와 같은 강의를 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어린 아티스트’가 있음을 알기에. 나는 강의를 위해서 1년 후 책을 열어 보았다. 그 책에는 “가상의 인생 살기: 만일 당신이 다섯 가지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각각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고 쓰여 있었다. 2019년 5월 22일에 쓴 나와의 계약서를 통해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했던가? 나의 다섯 가지 인생은 이듬해에 다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는 한때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혼인 관계에 있었던 줄리아 카메론이다. 그는 “이혼한 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는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비롯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의 창조성을 치유하고 어루만져줄 소명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그녀는 소설가, 시인, 시나리오 작가, TV 프로듀서, 영화감독, 문예 창작 강사, 작곡가로서 살고 있다.
사느라 바빴고, 이젠 뒷방 신세로 나앉은 서글픈 이들이여. 인생이 길고, 팔팔한 근육도 있고, 젊었을 때 품었던 청운의 꿈이 아직도 살아있지 않은가.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시작할 용기만 내시라. 그대들이 호흡하고, 그대들의 어린 아티스트가 꿈틀대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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