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4> 팔만대장경 말씀은 하나의 마음, ‘마음공부’라는 혜장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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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일천 상자는 하나의 마음인데(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목어 소리 속에 뜰 그늘 옮겨가네.
/ 하늘 꽃 어지러이 지던 건 어느 해 일이던가(天花亂落何年事·천화난락하년사)/ 처마로 보이는 건 쌍쌍이 나는 새뿐이네.
경건한 그 소리에 하늘에서 꽃잎이 사방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다산이 강진에서 유배 살 때 백련사에서 수행하며 다산과 교유했던 승려가 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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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대장경 일천 상자는 하나의 마음인데(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목어 소리 속에 뜰 그늘 옮겨가네.(木魚聲裏轉庭陰·목어성리전정음)/ 하늘 꽃 어지러이 지던 건 어느 해 일이던가(天花亂落何年事·천화난락하년사)/ 처마로 보이는 건 쌍쌍이 나는 새뿐이네.(惟見飛檐兩兩禽·유견비첨양양금)
전남 해남 대둔사(대흥사) 승려 아암 혜장(兒庵 惠藏·1772~1811)의 시 ‘山居雜興’(산거잡흥·산속의 잡스런 흥취)로, 그의 문집인 ‘아암집(兒庵集)’에 수록됐다.
일천 상자의 팔만대장경에 들어있는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음공부’다. 절집에서는 저녁 예불시간에 목어를 두드린다. 법고(法鼓)를 따닥, 둥둥 울린 뒤 목어를 달그락달그락 두드린다. 법고와 목어 두드리는 동작은 한참 이어진다. 그 사이 뜰의 그늘이 옆으로 옮아간다. 경건한 그 소리에 하늘에서 꽃잎이 사방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처마 끝을 따라 하늘 쪽을 보니 새들이 짝지어 날아다닌다. 시각·청각 이미지가 강한 시다. 팔만대장경에 있는 말씀이 모두 내게로 오는 것 같다. 해가 바뀌니 마음공부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잡는다.
강진 다산초당에 가는 사람들은 1㎞ 오솔길로 연결된 만덕산 백련사에 대부분 들른다. 다산이 강진에서 유배 살 때 백련사에서 수행하며 다산과 교유했던 승려가 혜장이다. 시주(詩酒)를 즐긴 그가 40세에 술로 인해 입적하자 다산이 그의 비문을 썼다. 다산이 1801년 강진으로 유배 온 지 4년 뒤인 1805년 여름 무렵 백련사에 들렀다가 혜장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혜장은 다산보다 10년 아래였다. 두 사람은 시를 주고받았다. 다산은 백련사 주변에 야생차가 많이 자라는 것을 보고 혜장 등 백련사 승려들에게 차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초의선사는 1809년 다산초당을 찾아 다산의 제자가 됐다. 다산이 48세, 초의가 24세였다. 다산의 제다법이 제자 초의에게 이어졌다.
좀 있으면 백련사 올라가는 입구 동백꽃 군락이 빨갛게 꽃을 피운다. 필자는 해마다 그 앙증맞은 동백꽃을 보기 위해 백련사로 간다. 다산과 혜장의 아름다운 교유관계를 글로 써 책을 묶기 위해 그 오솔길을 수 없이 오갔다. 게으른 탓에 그 원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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