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2차전지로… ‘철강 불황’ 넘는 철강기업들
동국제강은 오는 6월 1일을 목표로 지주사 ‘동국홀딩스’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설립 69년 만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다. 이를 통해 향후 철강 사업에서 각각 열연과 냉연 사업을 맡을 신설 법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가칭)을 두고 동국홀딩스는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지주사 전환 후 친환경 철강 제품 중심의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내게 된다. 올해 이사회 복귀 가능성이 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동국홀딩스를 이끌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냈던 철강업계가 고부가 제품 집중 육성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해상풍력 발전 장비 같은 신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철강 사업에만 의존할 경우 업황에 좌우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경영 구도를 재편하고 신사업 비중을 늘리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방산·전기차 소재, 해상풍력까지 사업 확대
냉연 사업을 맡은 동국씨엠은 ‘DK 컬러비전 2030′ 경영 전략으로 고부가 상품인 컬러강판 사업을 확대한다. 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컬러강판은 대리석이나 나무 같은 원하는 소재와 무늬 질감을 구현해 고급 가전과 건축 내·외장재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이다. 작년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매스를 60% 이상 사용한 친환경 컬러강판도 올해 상업화에 나설 예정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030년 컬러강판 매출 2조원을 목표로 현재 인도, 태국, 멕시코 3국 거점을 북미, 유럽까지 확대해 7국, 8개 거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 중인 세아그룹은 해양 풍력발전 설비, 전기차 소재와 같은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아제강지주의 해외 법인 세아윈드는 해상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 지역에서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인 ‘모노파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7월 연 24만t 규모의 영국 현지 공장을 착공했으며, 2024년 2분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영국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덴마크의 다국적 기업 오스테드(Orsted)로부터 작년 9월 3억6400만파운드(약 5600억원) 규모의 모노파일 공급 계약도 따냈다.
특수강 사업에 주력하는 세아베스틸은 전기차·수소차 위주로 전환되고 있는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에 맞춰 완성차 업체와 함께 내연기관 대비 강도가 높은 특수강 소재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무게는 줄이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특수강 소재 로터샤프트(동력 계통 부품)를 생산하는 동시에 전기차 엔진용 베어링도 개발 중이다. 작년 6월에는 자회사 세아창원특수강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위드 코리아 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알루미늄, 타이타늄 같은 항공기용 부품 국산화 사업도 확대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특화 신사업 확대
작년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은 철강 기업에서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하고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에 이어 전량 수입하던 인조 흑연 음극재 국산화를 위해 포항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연간 1만6000t(전기차 42만대 공급량) 규모 공장을 조성 중이다
현대제철은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하기 위한 친환경차 강판 개발을 확대하고, 자동차 소재 전문 브랜드 ‘H솔루션’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경량화에 특화된 전기차용 ‘핫스탬핑강’이다. 이 강판은 기존 소재보다 강도는 20% 높고 무게는 10% 정도 가볍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초고강도 소재와 충돌 규정 강화를 대비한 신강종 개발을 통해 글로벌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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