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빙하기에도 3배 늘었다… 뜨거워진 스타트업 M&A
스타트업 투자 시장엔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시장은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가 끊겨 경영이 악화된 스타트업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자금력을 갖춘 업계 선두 스타트업이나 대기업들이 M&A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줄었지만 스타트업 M&A는 46건으로 지난해 1분기(16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업계에선 올해 들어 스타트업 M&A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투자 혹한기에는 일반적으로 M&A 성사 건수가 줄어들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상황이 다르다”며 “여력이 있는 기업들로선 알짜 스타트업을 호황기 때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몸값이 낮아진 스타트업들이 늘어났다는 건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 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1년 스타트업 M&A 건당 인수 금액은 568억2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스타트업 M&A 건당 인수 금액은 256억5000만원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몸값 낮아진 유망 스타트업 인수 기회?
최근 스타트업 M&A는 자금력을 갖춘 유니콘(기업 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이나 업계 선두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유사 업종 스타트업과의 M&A를 통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행 앱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9월 K콘텐츠 관련 여행지 예약서비스를 하는 ‘스타트립’을 인수했고 상반기엔 어린이 여행 플랫폼 ‘동키’를 인수했다. 국내 여행자 중심으로 운영해온 마이리얼트립이 해외 여행자와 가족 단위 여행자까지 시장을 확장한 셈이다.
명함 관리 앱 1위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지난해 신입 채용 전문 플랫폼 ‘자소설닷컴’과 인턴 채용 플랫폼 ‘슈퍼루키’를 인수했다. 경력직 채용 분야에 진출한 리멤버가 신입과 인턴 채용까지 아우르게 된 셈이다. 세금 계산 앱 분야 1위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지난해 아르바이트 직원의 급여 관리 앱을 개발한 하우머치를 인수하면서 자영업자를 겨냥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밀키트 업계 1위인 프레시지는 2위 업체 테이스티나인을 인수하면서 업계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했다.
스타트업 M&A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만의 상황이 아니다. 세계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4분기부터 미국 스타트업 M&A 규모와 거래 건수도 늘고 있다. 불안정한 자금 상황을 버티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기업 가치를 낮춰서라도 회사를 내놓자 빅테크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망 스타트업 쇼핑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기후 기술 스타트업 ‘브리조미터’를 인수했고 미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는 지난해 10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자금 확보가 관건…무리한 M&A 독(毒) 될라
인수 주체인 스타트업들은 시장 상황 때문에 저평가된 업체를 인수하면서 신사업 분야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인수와 함께 인재 영입이나 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인수된 업체가 이미 설비나 이용자를 많이 보유했을 경우엔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운영사 의식주컴퍼니는 지난해 경기 파주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호텔 세탁 공장을 보유한 데다 워커힐, 안다즈, 노보텔 앰배서더를 포함한 30여 개의 호텔을 고객사로 둔 크린누리를 인수했다. 온라인 위주로 운영되던 의식주컴퍼니는 이번 인수를 통해서 자연스레 오프라인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진출하게 됐다.
다만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시장에서 M&A가 언제나 좋은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는다.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인 정육각은 지난달 초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육각이 지난해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하면서 현금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인수 자금 중 약 500억원을 회사 보유 현금과 차입금(370억원)으로 충당했는데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추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스타트업 M&A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선 유동성 확보가 핵심이며,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M&A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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