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5> 정관 집모양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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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2003년 부산 북쪽 끝자락인 기장군 정관면(현 정관읍)에서는 신도시 개발을 위한 택지 조성이 한창이었다.
정관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유물이 바로 '집모양토기'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집모양토기는 전국에 20여 점이며,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지가 명확한 것은 7점에 불과하다.
그중 1점이 정관박물관에 전시 중인 가동고분군 2호 돌덧널무덤 출토 집모양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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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2003년 부산 북쪽 끝자락인 기장군 정관면(현 정관읍)에서는 신도시 개발을 위한 택지 조성이 한창이었다. 가동마을 방곡마을 등지에서는 옛 선조들이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한 발굴조사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가동마을 일대에서는 당시 부산 처음으로 수백 기의 삼국시대 집자리를 비롯하여 무덤군, 생산유구 등이 발굴되었고, 수천 점 유물이 쏟아졌다. 정관신도시 개발로 사라지게 될 매장문화재를 보존·관리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삼국시대 생활사를 주제로 당시 모습을 재현한 정관박물관이 세워지게 되었다.
정관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유물이 바로 ‘집모양토기’이다. 말 그대로 집을 본떠 만든 토기로써,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집모양토기는 전국에 20여 점이며,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지가 명확한 것은 7점에 불과하다. 그중 1점이 정관박물관에 전시 중인 가동고분군 2호 돌덧널무덤 출토 집모양토기이다.
원형 받침판 위에 반원 모양의 건물을 올리고 지붕을 덮은 가옥 형태로, 지붕으로 봤을 때 초가집을 본떠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지붕은 맞배형이고, 처마 끝 양쪽에 두 개의 기둥을 세워 출입문 형태로 표현하였다. 집 내부는 원통형 구조이며, 이 원통이 지붕 바깥으로 이어져 마치 굴뚝을 연상케 한다. 내부 공간 바깥으로는 11개의 사각기둥을 반원 형태로 세웠는데, 기둥마다 솔잎모양 무늬를 새겼다.
이 무늬는 정관 집모양토기를 장식하는 대표적 무늬로 굽다리접시, 긴목항아리, 그릇받침 등 삼국시대 토기 장식에 널리 쓰인다. 특히, 용마루(지붕 중앙에 있는 가장 높은 수평 마루)와 출입구 처마의 톱니모양 장식은 집모양토기의 화려함을 더하였다.
정관 집모양토기는 독특한 모양의 지붕, 원통형 내부 공간을 둘러싼 반원 기둥구조, 톱니모양과 솔잎무늬로 된 화려한 장식 등 기존 집모양토기와는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형태를 보인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인 주거용 가옥이 아닌 신전(神殿)과 같은 특수목적을 가진 건축물을 본뜬 것으로 보며, 5세기 초(약 400~430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당시 실제 건축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고대 건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에 2019년 4월, 유물의 희소성과 학술적, 예술적 가치를 고려하여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고대 집모양토기는 출토지가 명확한 7점 중 5점이 무덤에서 출토됐다. 아마도 죽은 이가 내세에서도 평안하고 풍요롭게 지내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살아생전 안식처였던 집을 모형으로 만들어 껴묻은 것으로 생각된다. 가족과 함께 부산의 옛 선조들이 남긴 집모양토기를 관람하며 가족의 안녕과 건승을 위한 소망을 빌어보는 것도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이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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