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 제목이… ‘도끼를 꺼낼 때 우아함을’ ‘알잘딱깔센’
김태언 기자 2023. 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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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를 꺼낼 때 우아함을 잃지 말 것', '매달 첫 번째 주 월요일 정오 열두 시에 경보음이 울린다'.
서울 상업화랑용산에서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진행된 '매달 첫 번째 주 월요일 정오 열두 시에 경보음이 울린다'는 양하 작가(29)의 개인전 제목으로,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의 경험이 반영됐다.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제목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관객이 전시 주제를 직접 찾아 나서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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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고 별난 제목으로 도발
“관객이 직접 주제 찾게끔 유도”
“관객이 직접 주제 찾게끔 유도”
‘도끼를 꺼낼 때 우아함을 잃지 말 것’, ‘매달 첫 번째 주 월요일 정오 열두 시에 경보음이 울린다’.
난해하고 엉뚱하지만 왠지 모르게 눈길을 끄는 문장들. 미술 전시 제목이다. 이런 별난 제목은 일종의 도발이다. 대개 미술계에서 전시 제목은 기획자나 작가가 전시 주제나 영향력을 고려해 짓는다. 유명 원로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 세 글자나 대표작을 전시 제목으로 정하기로 한다. 하지만 신생 전시관이나 젊은 작가는 이름보다는 신선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결국 재기발랄한 제목은 곧 이들의 생존법이나 다름없다.
‘도끼를 꺼낼 때 우아함을 잃지 말 것’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열린 김영미 작가(33)의 개인전 제목이다. 작가가 2014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무엇을 할 것인가’의 극중 대사를 차용했다. 김 작가는 “전시 제목이 작업과 바로 연결되기보다 작은 힌트로 작용하길 바랐다. 힌트를 통해 해석하는 건 관람객의 몫이다. 도끼라는 단어가 지닌 힘과 우아함이라는 섬세한 단어, 그리고 개별 작품들 간의 연결성을 관람객이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 내용을 담은 경우도 있다. 서울 상업화랑용산에서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진행된 ‘매달 첫 번째 주 월요일 정오 열두 시에 경보음이 울린다’는 양하 작가(29)의 개인전 제목으로,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의 경험이 반영됐다. 양하 작가는 “네덜란드에서는 매달 한 번씩 사이렌을 울려 위험 상황을 경고한다”며 “전쟁과 폭력의 이미지를 다뤄온 제 작업과 조화를 이루는 제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씨알콜렉티브는 이달 28일까지 ‘대체불가현실:□☞∴∂★∽콜렉티브’라는 다소 괴이한 제목의 전시를 열고 있다. 경기 파주시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진행했던 박현순 개인전의 제목 ‘알잘딱깔센’도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로, 전시 콘셉트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냈다.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제목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관객이 전시 주제를 직접 찾아 나서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비영리 전시장은 상업 갤러리보다 적극적으로 관람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 창의적인 제목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작가가 ‘내 작업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정도 단서만 줘도 만날 수 있다’는 관람객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난해하고 엉뚱하지만 왠지 모르게 눈길을 끄는 문장들. 미술 전시 제목이다. 이런 별난 제목은 일종의 도발이다. 대개 미술계에서 전시 제목은 기획자나 작가가 전시 주제나 영향력을 고려해 짓는다. 유명 원로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 세 글자나 대표작을 전시 제목으로 정하기로 한다. 하지만 신생 전시관이나 젊은 작가는 이름보다는 신선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결국 재기발랄한 제목은 곧 이들의 생존법이나 다름없다.
‘도끼를 꺼낼 때 우아함을 잃지 말 것’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열린 김영미 작가(33)의 개인전 제목이다. 작가가 2014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무엇을 할 것인가’의 극중 대사를 차용했다. 김 작가는 “전시 제목이 작업과 바로 연결되기보다 작은 힌트로 작용하길 바랐다. 힌트를 통해 해석하는 건 관람객의 몫이다. 도끼라는 단어가 지닌 힘과 우아함이라는 섬세한 단어, 그리고 개별 작품들 간의 연결성을 관람객이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 내용을 담은 경우도 있다. 서울 상업화랑용산에서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진행된 ‘매달 첫 번째 주 월요일 정오 열두 시에 경보음이 울린다’는 양하 작가(29)의 개인전 제목으로,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의 경험이 반영됐다. 양하 작가는 “네덜란드에서는 매달 한 번씩 사이렌을 울려 위험 상황을 경고한다”며 “전쟁과 폭력의 이미지를 다뤄온 제 작업과 조화를 이루는 제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씨알콜렉티브는 이달 28일까지 ‘대체불가현실:□☞∴∂★∽콜렉티브’라는 다소 괴이한 제목의 전시를 열고 있다. 경기 파주시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진행했던 박현순 개인전의 제목 ‘알잘딱깔센’도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로, 전시 콘셉트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냈다.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제목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관객이 전시 주제를 직접 찾아 나서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비영리 전시장은 상업 갤러리보다 적극적으로 관람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 창의적인 제목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작가가 ‘내 작업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정도 단서만 줘도 만날 수 있다’는 관람객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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