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경제는 MB식, 통상은 아베식

기자 2023. 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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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국민경제를 생각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이라면 누리는, 새해 새 아침을 맞지 못한 사람들을 아픈 마음으로 기억한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시민들이 이태원 길을 걷다가, 과천 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운전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우리가 고인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고인의 잘못이 아니었다. 국가의 잘못이었다.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남겨진 가족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전혀 다른 이의 손을 잡았다. 제 손으로 감옥으로 보내더니, 사면해 주었다. 대법원이 선고한 벌금 82억원도 면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병원에 입원 중이던 전 대통령은 사면되자 바로 퇴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몸만 감옥에서 빠져나온 것이 아니다. 세금을 내리고 공익규제를 푼다는 ‘MB노믹스’가 윤석열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앉았다. 이제 대통령의 혀는 MB의 말을 옮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기호 변호사

그런데 죽음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정권의 규제 완화는 방음터널 설치 공사에서 불에 잘 타지 않은 재료(불연재료)를 사용하라는 안전 규제를 없앴다. 건설업자의 돈벌이를 위해서였다. 그들의 기득권을 위하여 국민 안전을 희생시킨 것이다. 불연재료 규정만 그대로 두었어도 비극적 화재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면 선물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뉘우침이 없는 것은 현직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방음터널 참사의 첫 불씨가 화물자동차에서 시작한 화재에서 비롯한 것임을 제대로 보고받았을까? 그가 의기양양하게 진압한 ‘화물안전운임제’는 이 화물차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장치였다.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을까? 모른 체하는 것인가?

명박경제는 이미 낡았다. 공동체에 유익하지 않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도태되었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는 45일 만에 사임해야 했다.

새해 아침, 독일 정부의 <산업전략2030>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숙련노동자’이다. 독일정부는 ‘독일산업의 강력함은 독일의 뛰어난 훈련 숙련노동자에게서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저숙련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근로자가 ‘혁신’을 만들 수 없다. 로봇 투입 계수가 세계 최고인 한국이 독일을 앞서지 못하는 이유이다. 숙련노동자는 오랜 기간, 현장 작업 경험과 체계적 학습에서 성장한다. 노동자가 존중받고 경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릴 때, 숙련노동자 계층이 사회의 주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독일은 노동자의 자사주 취득에 세금 혜택을 두 배로 늘렸다. 노동자의 참여가 없이는 숙련노동자 경제를 성취할 수 없다.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하고 억누르는 곳에서는 잉태되지 않는다. 노동자를 기득권으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부의 MB경제로는 이룰 수 없다.

새해 한국의 경제통상은 안으로는 숙련노동자가 주도하는 혁신 경제를, 밖으로는 이를 안정적인 국제통상질서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경제의 요구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통상정책은 아베 신조의 것이다. 그의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국가이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일본 정부가 2015년에 발표한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 설명 자료와 전적으로 일치한다. 일본 정부는 TPP를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애초 한국에는 신남방 전략이 있었다. 10개의 나라, 6억5000만 인구, 그리고 젊은이의 나라, 인구의 절반이 서른 살이 되지 않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경제통상의 1차적 과제로 집중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는 신남방 전략이란 없다.

한국의 국민경제는 일본과 다르다. 한국이라면 미국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규칙을 지키는 통상’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한국에 중국시장을 포기하라고 하면서 미국시장을 불법적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닫는 일은 중단하라고 말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준 혜택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

새해 국민경제를 생각한다. 밖으로는 인권과 법치의 인·태전략을 발표하면서 안으로는 노동자의 참여를 억누르는 뻔뻔함을 본다. 국민경제를 위해 MB와 아베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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