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칼럼] '新냉전시대' 전쟁 위험 커진 동북아…한국 핵무장 불가피하다

2023. 1. 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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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있는 북·중·러 vs 核 없는 한·일·대만
동북아, 어느 곳보다 핵전력 비대칭 극심
'美 핵우산' 만으로는 안전 담보 어려워
핵무장엔 美 동의와 日 협력 필수
좌파정권의 '친중·친북·반일' 극복
잃어버렸던 신뢰관계 회복 급선무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근년에 국제 정세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세계화가 대세로 일컬어졌고 범지구적 공급망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가속하는 경제적 통합이 정치적 안정을 부르리라는 희망도 자연스럽게 퍼졌다. 이제는 다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관계는 살벌해지고, 러시아의 거듭된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핵전쟁의 위험이 부쩍 커졌다.

돌아보면, 2차대전 이후 인류는 역사에서 드문 평화를 누렸다. 그 덕분에 세계화가 진행되고 인류 문명은 빠르게 발전했다. 그런 역사는 초강대국 미국이 자유주의 국가였다는 사정 덕분에 펼쳐질 수 있었다. 그 시대를 ‘미국 중심의 평화(Pax Americana)’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다.

 전체주의 중국의 글로벌 패권 도전

그런 질서를 흔든 것은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떠올랐다는 사정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양극 체제가 갑자기 삼극 체제가 된 것이다. 원래 삼극 체제는 내재적으로 불안하고 예측이 어렵다. 당연히, 국제 정세 안정을 위한 협상은 아주 힘들고 합의의 효과도 작고 단기적이다. 게다가 중국이 전체주의 사회라는 사실은 국제 질서를 근본적 수준에서 뒤흔든다. 소비에트 러시아나 나치 독일이 보여준 것처럼, 전체주의는 모든 것을 삼키려 든다. 공산주의 중국은 처음부터 팽창정책을 추구했고, 국제 규범도 국경도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로 침투한다. 앞으로도 그런 정책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경이적 경제 성장은 온 세계를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됐고 방대한 시장을 지녔으므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정치적 영향력도 함께 커진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삼아,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 미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정책에서 벗어나, 미국이 쇠퇴하기 시작한 사회이므로 곧 추월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우크라戰이 촉발한 냉전 회귀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번 침공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리미아를 점령해서 일어난 전쟁이 소강 상태에 있다가 다시 격렬해진 것이다. 이 사실은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전체주의 세력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크리미아 점령과 같은 이득은 그들의 식욕을 돋울 뿐이다’.

당시엔 모두 우크라이나가 며칠 안에 러시아에 패배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 손을 털 준비가 돼 있었다. 놀랍게도, 우크라이나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이제는 승리를 내다본다. 필연적으로, 그 전쟁은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자유세계의 시민들이 열렬히 우크라이나를 성원하고 러시아의 만행을 규탄했다. 시민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자, 서방 정부들도 우크라이나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제 정치에 관한 한, 지도자들이 정책을 세우고 시민들이 따르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엔 시민들이 먼저 러시아의 침공에 반응하고 자신들의 의지를 정부에 강요했다. 세계화가 ‘세계 시민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이번 전쟁은 ‘세계 시민들의 전쟁’이다.

러시아군이 보인 믿기 어려운 무능과 끊임없이 저지른 전쟁 범죄들은 전체주의의 본질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전체주의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사람들을 야만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날마다 보면서, 자유주의 사회는 자신들이 고른 체제의 우월성을 다시 확인했다. 이런 사정은 국제 질서에 심중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영향은 우크라이나 전선이 세계로 확대돼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에 전선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자유주의 국가들이 뭉쳐 러시아의 위협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 두 해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처럼 온 세계에 걸쳐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의 전선이 뚜렷해지면서, 국제 정세가 상당히 간명해졌다. 공동의 이익이 있어서 협력하는 비영합경기(non-zero-sum game)에서 서로 적대적인 영합경기(zero-sum-game)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그 덕분에 합리적 행동에 필요한 계산이 쉬워졌다. 그런 뜻에서, 세계는 냉전 시기로 돌아간 셈이다. 이런 상황은 약소국들에는 반갑다. 자유주의 세력을 이끄는 미국이 설정한 전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 됐고, 그렇게 합리적인 행동 때문에 보복당할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북핵 고도화로 균형 깨진 한반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북아시아에 유난히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엔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의 전선이 오래전부터 뚜렷하게 형성됐다는 사정 때문이다. 중화민국이 중화인민공화국에 패배해 대만으로 물러난 1949년에 형성된 이 전선은 대만해협에서 한반도의 38선(휴전선)을 거쳐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소야(宗谷)해협에 이른다. 이 긴 전선의 남쪽엔 대만, 한국, 일본의 자유주의 세력이 자리 잡아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 북쪽엔 중국, 북한, 러시아의 전체주의 세력이 있다.

이 전선은 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다. 특히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 병합하겠다고 거듭 위협해왔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했다면, 거의 틀림없이 중국은 대만을 침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한반도도 전쟁에 말려들었을 것이다. 실은 중국의 대만 침공은 북한의 남한 침공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의 공격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묶인 사이 대만을 점령하는 것은 그럴듯한 전략이다.

다른 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무기가 실제로 쓰일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위협하기 시작했고,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에 핵무기 사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우크라이나 원조에서 무척 조심스러웠다. 불행하게도, 러시아의 위협이 효과를 거두면서, 핵무기 사용을 막아온 금기는 상당히 약해졌다.

이런 사정은 동북아시아 전선에 음산한 그늘을 던진다. 이 전선의 두드러진 특질이 핵무기에서의 비대칭이기 때문이다. 전선 북쪽의 전체주의 세력은 모두 핵무기를 가졌다. 러시아는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중국은 셋째로 많이 보유한 나라며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리라 여겨진다. 북한도 이미 위협적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빠르게 능력을 키우고 있다. 전선 남쪽의 일본, 대만, 한국은 핵무기가 없다. 세 나라 모두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한다.

자신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과 남의 핵우산에 의지하는 것 사이엔 본질적 차이가 있다. 미국처럼 든든한 동맹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일지라도 그렇다. 이것이 바로 일본, 대만, 한국이 고뇌하는 군사적 약점이다. 그래도 세 나라는 사정이 서로 다르다. 만일 대만이 핵무기를 갖추려고 나서면,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것이다. 따라서 대만은 핵무기를 갖출 뜻이 없는 듯하다. 대신 중국이 대만 점령 과정에서 치를 대가를 기대 이익보다 훨씬 크게 만드는 전략을 추구한다. 이른바 ‘호저(豪猪) 전략(porcupine strategy)’이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 지리적으로 후방에 있고 강한 해군으로 자신의 영해를 지킬 수 있다. 적국의 핵무기 공격은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으로 막아낼 수 있다.

한국은 다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공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깨졌다. 현재 이런 군사적 비대칭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으로 완화된다. 그러나 미국이 핵무기를 쓰는 수준 바로 아래에서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은 펴지지 않는다. 그런 사정은 한국의 대응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당연히, 우리로선 핵무기를 갖춰야 한다. 대안은 없다.

 한국 핵무장을 위한 선결 문제들

한국이 핵무기를 갖추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핵무기처럼 위험한 물건은 남에게 맡기기보다 자신이 관리하려 든다는 점도 있고, 핵확산방지 조약(NPT)을 어긴다는 문제도 있다.

이제 중국의 핵무기 확장이 위협적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으므로,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이 북한에 맞설 만한 핵전력을 갖추는 것은 동북아시아 전선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핵무장은 주한미군이 대만 방위에 가담할 수 있게 만들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여한다.

한국의 핵무장에 관해 미국의 동의를 얻으려고 시도할 때가 됐다. 미국을 설득하는 일에선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 혼자는 힘들지만, 일본과 함께 나서면, 훨씬 쉬울 터다. 물론 핵무기 개발에서도 일본과 협력하면, 훨씬 수월하고 빠를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신뢰성 문제가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북한과 중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거론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만큼 확고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한·미 동맹을 허무는 데 힘을 쏟았다. 미국으로선 핵무장한 한국이 전선의 저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체성이라는 근본적 수준에서 한국은 미국의 완전한 신뢰를 받지 못한다.

2018년 4월 판문점 회담에서 문 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에게 저장매체(USB)를 건넸다. 그렇게 건네진 정보는 북한이 달리 접근할 수 없는 정보일 텐데, 그 내용은 대통령 기록관에도 없다고 한다. 그동안 국군의 군사 기밀들이 북한에 탈취되는 사고가 거듭돼도, 별다른 조사도 조치도 없었다. 당연히 핵무기를 제대로 관리할 능력과 의지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2018년 12월 동해의 일본 배타적 경제구역(EEZ)에서 한국의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레이다로 조사(照射)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 군함은 조난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고 있었는데, 일본 초계기가 접근하자, 한국 군함이 사격 통제 레이다로 거듭 겨눴다고 일본은 주장했다. 일본의 거센 항의가 뒤따랐고 양국의 군사적 협력은 부진했다. 그 뒤로 양국 관계는 계속 나빠졌고, 마침내 일본이 일부 품목의 한국 수출을 통제했다. 그러자 한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죽창가’를 불렀고, 여당 의원들은 ‘의병 운동’을 주창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일본이 과연 한국의 핵무장에 호의적 태도를 보일까? 한국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의 핵무기가 일본을 위협할 것을 걱정하지 않을까?

한국이 자유롭고 자주적인 나라로 존속하려면, 핵무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 동맹국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사용할 것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동맹국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리가 핵무기를 갖추는 일의 선결문제다. 그것은 참으로 힘든 과제지만, 그것을 건너뛸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번영하는 사회로 존속하는 문제의 선결문제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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