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95] 예의 주시와 일전 불사의 차이
우리는 미션을 수행하러 떠나게 될 것이다. 한창 퇴각을 하고 있고, 피해가 막심한 상태다. 산불 속에 물병을 집어던지듯 비행 대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는데, 어떻게 위험을 고려할 수 있겠는가. 아직 프랑스엔 50개의 정찰 비행 팀이 있고 그중 23개가 우리 비행대 소속이다. 우리는 3주 만에 전체 팀 가운데 17개 비행 팀을 잃었다. 눈 녹듯 아주 빠르게 팀원들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 생텍쥐페리 ‘전시조종사’ 중에서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 항공기 5대가 서울과 경기도 일대 상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녔다. 2m 길이의 소형기는 무장 능력이 없다며 국방부는 위험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2017년부터 하지 않던 무인기 침투 대비 훈련을 부랴부랴 실시했다. 눈에 보이는 공격과 피해는 없다 해도 휴전 중인 상황, 영공 침범은 명백한 도발이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프랑스의 전투기 조종사였다. 정찰과 폭격을 목적으로 3대가 출격하면 평균 2대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걸 알면서도 참모부는 명령을 내려야 했고 조종사는 거부할 수 없었다. 산화한 대원들은 전쟁이란 큰 그림에서 볼 때 ‘혼잡한 환승역에서 사라진 가방 하나’ ‘웅장한 건물의 벽돌 하나’일 뿐이었다.
전쟁도 진화한다. 이제는 칼과 도끼를 들고 뛰어가 육탄전을 벌이지 않는다. 드론과 무인 항공기의 발전으로 전투기 조종사도 도박 같은 비행을 하지 않는다. 국내외 지원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북한의 위협도 첨단화하고 있다.
수비 의지와 방어 기술은 침략 욕망과 공격 기술을 앞서지 못한다. 더구나 북한은 2018년 전 정부가 평양까지 가서 맺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비웃듯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2020년 민주당이 통과시킨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더해 스스로 손발을 묶은 우리는 종이 한 장 날려 보내지 못했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그들이 서울까지 날아와 정보를 수집한 결과 ‘지금이 찬스다!’ 하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예의주시’란 말 대신 ‘일전불사’의 각오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와 군의 목소리를 듣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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