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04] 똑똑한 이들의 시대착오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부는 진짜 박빙이었다. 케네디 후보가 11만 표를 더 얻어 득표율에서는 0.17% 앞섰으나, 승리한 주의 숫자는 닉슨 후보보다 적었다. 흑인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면, 케네디가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힘들게 당선된 케네디는 남부 백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재선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흑인의 권리를 파격적으로 신장하겠다던 자기의 공약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가 약속했던 민권법은 결국 그가 죽은 뒤인 1964년이 되어서야 제정되어 후임자인 존슨 대통령의 업적으로 기록된다.
인기 절정의 케네디가 피살된 뒤 급작스레 취임한 존슨 대통령은 자기 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임자의 후광 효과에 기대어 정책은 물론이고 장관들까지 전원 유임시켰다. 심지어 자신과 모든 면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던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도 그가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자진 사퇴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1964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케네디와 대조적으로 압승했기 때문이다. 득표율이 61.1%에 이른 것은 140여 년 만이었다.
선거에서 압승한 존슨 대통령이 1965년 오늘 기세등등하게 의회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위대한 사회”와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의료, 복지, 교육, 교통,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개조하겠다는 포부였다. 의도는 좋았지만, 시대착오였다. 대공황 때와 다름없는 확장적 재정 정책은 인플레이션만 가속화시켰다.
존슨의 경제 참모진은 화려했다.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 아서 오쿤, 제임스 토빈이 경제보좌관실에 있었다. 똑똑한 그들의 임무는 대통령의 좋은 의도를 정책으로 다듬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는 평범한 격언을 잊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의도만 강조하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마주친다. 널리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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