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오디오 선생님] “조국은 당신을 원한다” 강렬한 메시지 담았죠
“꼬마는 떠났고 사내는 남았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 이런 문구가 나와요. ‘꼬마’는 전쟁을 피하려고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남성, ‘사내’는 전쟁에 참가하려고 조국에 남은 남성을 뜻하죠. CNN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성인 남성의 입대를 독려하기 위해 새로운 모병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해요.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전쟁에 참전하면 진짜 사나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죠.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예비군 30만명을 징집했고, 11월에는 필요한 병력을 모두 소집했다며 모병 작업을 전부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네요. 이렇게 역사적으로 캠페인에 사용된 영상이나 사진·포스터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 내용을 한번 살펴볼까요?
◇조국은 당신을 원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 만들어진 모병 포스터는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뒀어요. 1914년 만들어진 이 포스터에는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키츠너 경(Lord Kichener)이 정면을 가리키는 모습이 등장하죠. 아래는 “영국 국민 여러분, 당신을 원합니다. 우리나라 군에 입대하세요! 국왕 폐하 만세”라고 적혀 있어요.
1917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포스터가 만들어졌어요. 1·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것 중 가장 유명한 모병 포스터가 바로 이것이에요. 미국의 모병 포스터에는 ‘엉클 샘’ 아저씨가 정면의 사람을 가리키는 모습이 담겼는데, 그 아래에 “나는 당신을 원합니다. 미합중국 육군을 위하여”라는 글이 크게 쓰여 있어요. 그 아래에는 더 작게 “가장 가까운 모병 사무소(에 문의하세요)”라고 적혀 있죠. 엉클 샘은 미국을 의인화한 마스코트이기 때문에 ‘조국이 당신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거예요.
1917년부터 1918년까지 400만부가 인쇄됐다는 이 포스터는 인기가 대단했어요. 1·2차 세계대전 기간에 많은 젊은이가 미군에 지원하는 계기가 됐죠. 같은 구도와 메시지의 포스터들이 후일 계속 만들어졌어요. 이를테면 1919년 독일군 징집 포스터, 1920년 러시아 붉은 군대 징집 포스터, 1941년 독소(獨蘇)전쟁 때 소련 측 포스터 등이 있죠. 효과는 정말 좋았지만, 이렇게 유명한 홍보 포스터의 성공 사례가 전쟁으로 인해 탄생했다니 조금 씁쓸하게 여겨지기도 하네요.
◇꽃으로 전쟁에 반대한다
한편, 반전(反戰)운동을 상징하는 사진도 있어요.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어요. 미국 사진작가 버니 보스턴(Bernie Boston)은 ‘플라워 파워(Flower-Power·꽃의 힘)’라는 사진으로 1967년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어요. 1967년 10월 21일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 청사(펜타곤) 앞에서 반전을 외치는 시위대와 이들을 제지하는 헌병들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시위대 중 한 젊은 남자가 카네이션을 헌병의 총구에 꽂아 넣는 사진이었죠. 사진 왼편엔 총기를 손에 쥐고 무장한 헌병들이 주르르 서 있고, 오른편엔 꽃을 들고 맞서는 시민들이 있어요. 그중 젊은 남자가 자신을 겨누는 여러 총구 하나하나에 꽃을 꽂아 넣고 있고요. 사진 제목이 납득이 되죠? 이 작품은 강력한 무기에 가장 순수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이후 군대에 맞서 꽃을 내미는 장면은 1960년대 반전 시위의 대표적 상징이 됐죠. 그리고 이를 ‘플라워 파워’ ‘플라워 무브먼트(Movement)’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비폭력 저항운동, ‘플라워 무브먼트’의 또 다른 사진도 있습니다. 1967년 10월 미국에서 일어난 반전 시위에서 프랑스 사진작가 마르크 리부가 촬영한 당시 17세 고등학생 잔 로즈 카스미르의 모습이 전 세계에 널리 퍼졌어요. 카스미르는 총검을 겨누고 있는 군인 앞에서 두려운 표정으로 국화꽃 한 송이를 꼭 쥔 채 서 있죠. ‘플라워 무브먼트’는 1972년 미국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이듬해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차츰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반전과 종전(終戰)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2011년 리비아에서 독재자 카다피가 죽자 새로운 리비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시민군들이 총구에 꽃을 꽂아 두기도 했대요.
◇브렉시트 찬성 포스터, 나치와 유사?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운동이 벌어진 가운데, 나치 선전 영화의 장면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가 선거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어요. EU의 이민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하던 극우정당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공개한 포스터였는데요. 포스터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난민들이 긴 줄을 이루며 난민캠프로 걸어오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그 위에는 크게 “한계점(BREAKING POINT)”이라고 쓰여 있죠. 하단에는 그보다는 작게 “EU에서 벗어나 이민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자”는 내용도 쓰여 있고요.
이 포스터는 반대 진영으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어요. 유대인을 탄압하고 학살하기 위한 명분을 찾으려고 1930년대에 나치가 제작한 영화의 한 장면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바로 유대인들이 유럽으로 흘러 들어오는 장면인데, 유대인들이 유럽으로 들어와 전통문화를 위협하고 범죄와 혼란을 일으킨다는 설명도 함께 나오죠. 나이절 패라지는 편집하지 않고 찍힌 사진이라면서 나치가 제작한 영화의 장면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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